지명 아까 보니 사무실에서도 동네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 나누시는 모습을 보면서 세 분의 유쾌하고 다정한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어요. 세 분의 관계가 일에 있어서도 연장선에 놓인 느낌이었고요.
운혁 GLGK는 세 디렉터들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브랜드였고 모인 구성원도 다 좋았어요. 매니저, 마케터, 디자이너, 아르바이트생,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매력적인 거예요. 유쾌하고 바이브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에요. 외장을 멋지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의 사람이 먼저고, 사람으로 이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명 세 분 인연도 오래됐죠? 민우 팀장님과 정길 팀장님은 17년 지기라고요.
정길 저는 친구는 아니고 다섯 살 차이 동생인데, 두 분은 고등학교 친구예요.
민우 정길이랑 첫 만남은….
정길 짧게 얘기해.
민우 어(웃음). 예전에 가리봉동, 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에 아웃렛이 많잖아요. 요즘은 큰 건물에 브랜드가 모여있지만 당시에는 작은 규모였어요. 공장 안에 아웃렛이 있는 형태였죠. 워낙 옷이랑 신발을 좋아하던 사람이라 아식스 매장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새로 들어온 친구가 나이키 덩크 SB를 신고 있는 거예요. 며칠 뒤에는 네이버후드 티셔츠를 입고 왔어요. 패션을 보니 나랑 잘 맞겠다 싶었죠. 일하는 틈틈이 옷이랑 신발 얘기를 자주 했어요.
정길 열아홉 살 수능 끝나고 처음 판매 일을 했던 때예요. 민우 형의 첫인상은 순수하고 맑은 느낌이었어요. 옷은 힙합 스타일의 통이 넓은 청바지에 나이키 신발을 신었고요. 같이 일하는 친한 형, 동생 사이였지만 사람을 대하는 법이나 윗사람을 존경하는 부분, 사회생활의 필수 항목들을 형한테 배우기도 했어요.
운혁 민우랑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만났는데 둘 다 공부 안 하는 친구들이었어요.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민우가 다양한 음악을 자주 들려주고 알려줘서 자연스레 친해졌죠. 셋 다 척하면 척이라 잘 맞았고 일도 같이 하게 되면서 지금은 더 좋아졌어요.
지명 좋아하는 걸 나누던 친구에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되었네요.
정길 일로 맺은 인연이 햇수로 13년 됐어요. 군대 다녀온 뒤에 본격적으로 옷을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두 분이 라운드컴퍼니에서 아동복을 만들고 있으니까 와서 배워보라고 권했어요. 처음엔 물류팀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옷을 특이하게 입고 다니는 절 보고 대표님이 옷을 만들어보라고 픽업해 주셔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죠.
운혁 감각이 탁월해서 지금 전성기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명 할 일은 각각 어떻게 나누게 된 건가요?
운혁 운영이나 마케팅은 민우가 잘하고 디자인은 정길이가 잘해요. 서로 잘하는 부분을 인정하는 마음이 커서 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민우 GLGK 매장을 만들 때 공간에 대한 생각들은 확고했는데, 회사를 설득하고 실현시키는 일은 나 대표가 담당했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적재적소에 실현시켜야 한다면 그걸 어미 새처럼 잘 물고 와서 회사를 오랜 기간 설득하고 빌드업하는 일을 잘하거든요. 분업화가 잘되어 있어요. 부족한 건 보완해 주고 잘하는 건 밀어주고요.
지명 친구라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 적도 있나요?
정길 총 없는 전쟁이 회의잖아요. 각자 의견을 어필하다 보면 조심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데, 서로 성격을 잘 아니까 빨리 캐치해서 풀려고 노력해요. “솔직히 그건 좀 너무했다.” 바로 얘기하고요. 성격상 길게 끌고 가는 편이 아니에요.
운혁 회의하면서 언성 높이고 나면 카톡으로 “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하고 보내요. 셋 다 참 착한 거 같아.
정길 드러나지 않게 배려하는 편이에요.
민우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보니까 친구가 힘들어하는 걸 빨리 눈치채요. 회의하다 지치거나 일이 힘들거나 개인적인 일로 번아웃이 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럼 저는 다 내려놓는 타입인데, 이 친구들은 기다렸다 제가 탁 풀리는 타이밍을 알아채요. 눈치가 빠르죠.
지명 일할 때와 사석에서 만날 때 다른 면도 있나요?
정길 일을 하고 안 하고의 경계가 없어서, 거의 비슷해요. 아까 촬영하면서 보셨겠지만 사무실에서도 일할 때 스스럼없이 대하고요. 아무래도 제가 어리니까 형과 동생 기준에서는 형들을 좀 더 케어하는 부분이 있죠.
운혁 술이나 담배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만약 사석에서 셋이 논다고 하면 일본에 옷 구경하러 갈 거 같아요. 달리 말하면 패션 일을 하니까 그게 일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그럼 정길이가 비행기표 예매하고 맛집 알아보고 형들 챙기고.
민우 예전에 <꽃보다 할배> 이서진 같은 역할이잖아.
정길 일할 땐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사석에선 제 역할만 있다! (일동 웃음)
민우 대신 의견에 토를 안 달아요.
정길 그게 좋아요. 의견이 분분하면 싸우거든요.
운혁 식당에 넣어주기만 하면 좋아요.
지명 차려준 그대로(웃음).
운혁 꽃보다 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