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5 TOY

The Shadow Of Toy 

에디터  이자연

참고 도서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새해, 새 학기, 어린이날, 한가위, 크리스마스. 아이들이 장난감을 선물 받을 수 있는 날들의 이름을 적어 내려가면 빼곡히 차오른다. 알록달록한 색상, 앙증맞은 모양새, 독특한 사용법. 한없이 즐거워 보이는 장난감 곁으로 아이와 어른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들린다. 그리고 이 틈으로 장난감을 경계하는 눈이 있다. 장난감으로 어른들이 놓친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장난감의 순진무구함에 빠져 우리가 간과한 것을 다시 되새기기 위한 경종을 울린다.

장난감 

중심사회  


장난감은 필요하다. 손과 발을 이용한 오감 발달은 물론 특정 대상의 물성을 인지해가는 과정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필요하다. 먼 오지에 사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기부가 이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혹 성장 과정 발달과 연관이 없더라도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두려움을 나누고 지루함을 달래준다면 결코 무용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휴대폰이 야기한 문제가 많더라도 필수품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노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친구와 만나서는 서로 어울려 노는 듯하더니 조금 후에는 각자 노는 것이었다. 지은이와 친구들은 서로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따로 놀기 시작했다. 지은이가 로봇을 가지고 놀면 친구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친구가 로봇을 가지고 놀면 지은이는 블록을 가지고 노는 등의 놀이 형태가 계속 이어졌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노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놀고 있는 장난감하고만 놀고 있는 것이었다.

– 이병용,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장난감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완구 생산은 3억 140만 달러, 수출은 1억 5600만여 달러, 내수는 수입된 장난감까지 합하면 3억 4500만 달러다. 저가의 중국 제품부터 고가의 유럽 제품까지 여러 국가에서 장난감을 수입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핵가족화와 저출산에 맞물려 아이들의 절대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장난감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놀이는 놀이 공간, 놀이 대상, 장난감으로 구성돼 있다. ‘놀이 공간’이란 놀 수 있는 장소를 가리키고, ‘놀이 대상’은 같이 놀아줄 사람, ‘장난감’은 놀이를 할 수 있는 촉매제나 매개체를 의미한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놀이 공간과 놀이 대상은 현저히 줄어들지만 장난감은 넘쳐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또래나 부모의 부재를 장난감이 대신해주고 있는 탓이다. 놀이 공간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아이들이 직접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동네 어귀와 도로는 자동차가 점령한 지 오래고 동네 놀이터에 나가 놀 여유도 사라져버렸다. 친구들은 학원에 가고 부모는 일터에 간다. 집 앞에서 놀 곳을 찾는 것도 힘들다.

여기에 부모의 미안함을 주축으로 장난감 소비가 이어진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아이와 충분히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을 장난감을 사주면서 만회하려는 성향이 종종 발견되는 것이다. 장난감이 부모를 대신할 것이라고 믿는 부모들은 장난감을 계속해서 쥐여주고 아이들은 수많은, 그리고 모두 다른 장난감 사이에 갇혀 버린다. 아이들이 사람의 눈이 아니라 장난감을 마주하는 이유가 여기서 시작한다. 아이의 기호에 맞춰진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장난감이 계속해서 개발되면서 아이들은 놀이 대상인 부모나 친구보다는 장난감에 몰입하고 이름 모를 외로움을 선택하게 된다.

어른들은 

몰라요  


“넓어서 좋다.” 아이들은 마치 이렇게 넓은 교실은 처음이라는 듯 넓은 공간을 만끽하며 뛰었다. 장난감이 없는 교실에 놀라기는커녕 뛰어놀고 있는 친구들과 합세했다. 계속해서 들어온 아이들이 모두 뛰어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달리기가 처음인 것처럼 열중했다. 달리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충분히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중략) 시진이는 마침 피기 시작한 꽃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 꽃을 모아서 시장놀이를 할 거라고 했다. 남자아이 여럿은 한참을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 잔디밭에 난 개미굴이었다. 작은 구멍으로 개미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정원은 이제 온갖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 되었다. 비로소 아이들은 아이들 특유의 관찰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이병용, 《장난감을 버려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중요한 건 놀이다. 앞에서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놀이’다. 어떤 매체를 통해 아이들을 놀이와 연결시킬지 직접 궁리해보기 전까지 그것이 막연히 ‘장난감’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이따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자체를 버거워 한다. 그 시간의 이름은 ‘지루함’일 테다. 장난감은 그 지루함을 아주 쉽게 해소시킨다. 별 노력도, 판단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니 장난감 하나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의 기회를 차단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장난감의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들 곁으로 조금씩 쌓인 장난감이 종국에는 아이들을 장난감 중독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세상 밖에 더 생생한 것이 놓여 있다.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면 숨이 차오르는 자기 한계를 느끼고, 술래잡기를 하다가 몸이 약한 친구에게는 깍두기를 시켜주다 사회적 배려심을 배우고, 비가 세차게 내린 뒤에는 땅 아래서 지렁이가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오는 것을 알게 된다. 피부로 와 닿는 생생한 이야기 말이다.

모든 장난감을 버려야 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궁금증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마음을 줄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부모에게 남겨진 숙제는 아이들이 건설한 장난감의 세계로 적극적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물음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일, 조금 더 빈틈을 주는 일, 그 사이로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는 일이다. 아이들의 놀이에 부모가 더욱 깊이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주면 장난감에 대한 접근도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만을 좋아해서 그것만 찾는 게 아니다. 장난감 외에 대안을 모르기 때문에 장난감만 찾는 것이다. 과연 이 포문을 누가 열까. 그건 어른이다. 비록 지금껏 어른들이 아무것도 몰랐다 해도 이제는 아이들을 세상 바깥으로, 또래의 품으로 보내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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