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Here We Are, Us 

에디터  김지수

자료 협조  영화사 아토

“콩나물 사러 가요!” 

– <콩나물> 중에서

“ 연호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호가… 

그럼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 〈우리들〉 중에서

“우리 밥 먹자. 얼른.

든든하게 먹고 진짜 여행 준비하자.”

– 〈우리집〉 중에서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윤가은 감독 영화의 처음과 끝은 늘 아이들의 얼굴로 채워진다. 화면 가득한 그들의 아리송한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시선 너머를 짐작하게 된다. 어떤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화 속 아이들의 내면에 깊이 빠져드는 순간이다. 


〈콩나물〉(2013)의 ‘보리’를 처음 보던 날 하늘은 아주 맑았다. 할아버지 제사상을 준비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요리조리 눈치를 보며 자신의 역할을 찾던 아이. 보리는 기어코 콩나물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고 모험을 떠나듯 집을 나선다. 그 장면을 시작으로 〈콩나물〉은 일상 속에서 선물처럼 꺼내 보는 영화가 되었다. 한낮의 파란 하늘이 보이면 나는 종종 보리의 얼굴을 떠올린다. 〈콩나물〉에 반해 보게 된 〈손님〉(2011),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렸던 〈우리들〉(2015),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가족 이야기 〈우리집〉(2019)까지. 윤가은 감독은 꾸준히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관객을 이끌며 잊혔던 우리들의 어린 날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아이들의 걸음은 늘 활기차지만은 않다. 때로는 어둡고 울음이 번지며 그로 인해 생긴 상처가 마음을 깊이 괴롭히곤 한다. 〈우리들〉에서 ‘선’의 모습을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던 이유가 이 때문일까. 소중하게 여겼던 친구와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사이 선의 얼굴에 생긴 상처가 더욱더 아프게 보인다. 〈우리집〉에서 ‘하나’는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가족을 위해서 요리를 한다. 동네에서 만난 ‘유미’, ‘유진’의 가족을 위해 여행을 떠나며 자신과 친구들의 ‘집’을 지키려 한다. 


가족을 위해 애쓰는 아이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하나와 유미, 유진이는 결국 또 다른 가족의 모습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고 있었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쉽게 잊고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함부로 보호받고 무조건 관심받아야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길을 찾고 걸어간다. 그렇게 스스로 공간을 만들며 서로를 치유해 간다. 


윤가은 감독은 어른이 된 지금도 아이일 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른이 되었다고 그때의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그녀는 믿기 때문이다. 오래된 기억 속 작은 고민까지 소중히 간직하려는 마음을 자신의 영화 속 곳곳에 선명히 기록하고 있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녀의 영화를 보며 어떤 마음을 품을까. 또 훗날 어른이 되어 영화를 다시 꺼내 보면 어떤 생각에 잠길까. 어른에 속하는 나는 조금 더 성장했을 때 그녀의 영화를 보며 어떤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아이의 시선을 빌려 삶을 말하는 윤가은 감독이 앞으로 그려낼 ‘우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콩나물 

ⓒ우리들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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