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니 10년 넘게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우리가 뭘 좋아했고 뭘 잘했는지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앞으로만 나아갔어요. 6개월마다 쇼를 준비하면서 멈출 수 없었어요. 알게 모르게 에너지가 고갈되었나 봐요. 작년, 그 열차를 멈추고 안식년을 가졌어요. 쉬면서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지? 뭘 할 때 재미있었지? 성과가 좋았던 일은 뭐였더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창의적이고 디자인적인 건 계속하고 싶은데 옷만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옷을 오래 하기도 했고 뭔가 더 흥미로운 걸로 확장해 보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를 묶을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다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저희가 패션 디자이너로 일할 때 캐릭터로 옷을 만든 적이 몇 번 있었어요. ‘도날드 덕’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자체 캐릭터 ‘디노’ 같은 걸 만들어봤거든요. 1년에 몇백 벌씩 옷을 만들었는데 캐릭터 작업이 글로벌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어요. 사람들에게 주는 캐릭터의 힘을 경험한 거죠.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키키히어로즈예요. ‘키키’는 키득키득처럼 가벼운 웃음이에요. 웃음을 주는 영웅이란 의미로 일상에 소소하면서 밝은 힘을 주는 존재면 좋겠다 생각했죠. 또 스티브 씨가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그림을 오래 그렸어요. 그림 그리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캐릭터로 시작되는 비즈니스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스티브 패션쇼를 만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이해하실텐데, 패션쇼가 단지 옷을 보여주는 게 아니에요. 15분의 패션쇼 안에서 무대예술과 음악을 결합해야 하고, 옷 안에는 그 시대의 사회상도 담아야 하죠. 관객과의 소통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사실상 종합 아트인 거예요.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계속 갈증이 있었어요. 패션쇼라는 오래된 플랫폼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고요. 그것이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라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