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숙 맞아요. 큰아이를 낳고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게 힘들더라고요. 일을 그만두고 살림하면서 아이들 용품을 소개하는 사이트 ‘투마이베이비’를 만들었어요. 방 한 칸에서 사이트를 만들고 제품을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배송을 보냈어요. 그때 가희가 고객이었어요. 블로그로 소식을 주고받다가, 주문서에 쓰인 주소를 보니 가까운 거예요. 그래서 우리 집으로 초대했어요.
가희 아이를 아기띠에 메고 언니네 집으로 놀러 갔어요. 아이들은 한 살 터울이니까 꼬물꼬물 잘 놀고 저는 언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너무 좋았어요. 시댁에 살 때라 언니네에 가면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매일 갔어요.
동숙 그때부터 패브릭 제품을 직접 세탁해서 판매했거든요. 널어놓으면 가희가 놀러 와서 접어주고, 밥을 해서 같이 먹었어요. 나이 들어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처음 만났는데도 예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 같더라고요. 제 주변에 이렇게 상냥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가희 늘 언니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진짜 언니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심지어 요리를 잘하는 언니. 아이들 문화센터 수강 신청도 같이 하고, 수업 마치면 장 보고 맛있는 거 해 먹는 나날이었어요. 언니 아이들이 입던 옷도 물려받고요. 언니가 고른 센스 있는 옷을 받는 것도 좋은데 보들보들 딱 입기 좋은 상태라 더 좋았어요. 언니네 첫째가 입던 옷이 우리 집 첫째에게 오고, 다시 언니 둘째에게 가고, 우리 집 막내에게 돌아와요. 아이들이 한 옷을 돌려 입은 사진을 보면 정말 귀여워요. 깨끗한 건 운동화, 팬티까지 돌려 입었어요. 네 명이 입고도 옷 상태가 괜찮으면 다른 친구에게 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