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36 MY BUDDUY

Editor's Letter

편집장  김현지

 

vol.36 
MY BUDDUY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대화가 이어지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무엇을 어느 타이밍에 말하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불편한 만남도 있어요. 어색한 자리에서는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나아요. 머리를 굴리다 뱉은 말이 내내 후회로 남을 때는 며칠이 괴롭거든요. 그런 날은 나에게 실망해 스스로 다그쳐요.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 나는 하나인데, 왜 이렇게 여러 모습이 있는 거야?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건 진정 어려운 일일까?’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 《나는 무엇인가》에서 힌트를 찾았어요. 그는 ‘나’는 한 덩어리가 아니며 여러 개의 ‘나’가 분인으로 존재한다고 말해요. 누군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다 보면 응답하는 나에게 어떤 맥락이 생기는데, 그것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타인을 사랑하는 건 분명하게 상대를 애정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와 있을 때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고백은 사실은 이런 마음이 아닐까요? ‘너와 함께하는 내가 마음에 들어. 여유롭고 당당한 나로 만들어주는 네가 좋아.’


나라는 사람을 한 덩어리로 사랑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와 있을 때의 나를 좋아하는 것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나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 되니까요. 마음에 드는 나를 만나게 해주는 이들을 하나씩 떠올려 봐요. 연락처에 저장된 다섯 명과 나를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해주는 친구 다섯 명은 엄연히 다른 존재예요. 얼마나 오래된 만남인지도 그리 중요한 게 아니죠.


사람은 상대를 통과해 좋아하는 나를 하나씩 발견하며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내 곁의 아이에게 몇 명의 친구가 적당한지 짐작하고, 더 많은 친구와 어울리고, 깊이 사귀기 위한 우리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타인을 통해 나를 좋아하는 순간을 충분히 누리는 법은 오직 나만이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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