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Our Hearts Make It Possible

에디터  황지명

포토그래퍼  HaeRan

아이의 아이다움을 인정하고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어른이자 키즈 웨어 브랜드 GLGK의 유쾌하고 다정한 삼촌들인 유민우, 나운혁, 권정길 디렉터. 세대를 넘어 취향을 공유하고 아이가 환영받는 장소를 만들었다. 패션과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나누던 친구 사이에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관계를 발전시킨 그들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관계가 서로 간의 벽을 허물고 거리를 좁혀 다양한 가능성으로 나아간다 말한다.

가깝고도 스스럼없이

유민우 우트와 GLGK의 디렉터이자 예예 

나운혁 라운드컴퍼니 대표이자 스네오 삼촌, 열세 살 주환, 아홉 살 주호, 네 살 주윤이의 아빠 

권정길 히로와 GLGK의 비주얼 디렉터이자 히로 삼촌, 여섯 살 이준이의 아빠

지명 촬영 내내 세 분의 유쾌한 에너지에 한참 웃고 떠들었네요. 아이들에겐 스네오 삼촌, 예예 삼촌, 히로 삼촌으로 더 친숙하지만, 오늘은 이름으로 직접 소개해 주실래요?


운혁 안녕하세요. 키즈 편집숍 우트를 총괄하고 GLGK 디렉터를 맡고 있는 라운드컴퍼니 대표 나운혁이라 하고요, 세 아들의 아빠입니다.


민우 라운드컴퍼니에서 우트와 GLGK의 운영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유민우예요. 인스타그램에서 예예 삼촌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SNS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 어설프지만, 제 인생 목표대로 ‘대충, 재밌게, 꾸준히’ 꾸미고 있습니다.


정길 히로와 GLGK의 디렉터이자 디자이너인 권정길입니다. 여섯 살 이준이 아빠예요.


지명 라운드컴퍼니는 우트, 비에너비엔, 탐베레, 히로 등 힙하고 사랑스러운 키즈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냈어요. GLGK가 탄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운혁 GLGK는 ‘Good Life Good Kids’를 줄인 약자예요. 아이들 패션도 중요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감성도 소홀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디렉터들이 학창 시절을 보낸 90년대 감성으로 매장을 꾸몄고 아빠들이 어릴 적 좋아하던 문화를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민우 세 사람의 열정과 취향이 고스란히 들어간 공간이에요.


정길 팀장이 실제 소장하던 피규어나 소품들도 매장 곳곳에서 볼 수 있어요. 매장에 설치된 브라운관 티브이에는 우리가 좋아하던 MTV 채널을 틀어놨고요.


운혁 예산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브라운관 티브이나 비싼 스피커를 매장에 설치하게 된 이유는 부모가 아이와 방문했을 때 그 시절 음악과 영상을 함께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길 바라서였어요. “아빠는 옛날에 이런 음악을 좋아했어. 이건 마이클 J. 폭스가 나온 <빽 투 더 퓨쳐>라는 영화야. 엄청 재밌어.” 그 시절 향수를 떠올리고 옛날 추억을 얘기하는 데 매개체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도 아빠도 뭔가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취향이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는 거죠. 회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에 매장을 마련한 이유 중 하나는 디렉터들이 언제라도 내려와서 고객을 자주 만났으면 했기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브랜드의 디자이너와 만나서 얘기 나누면 기분도 좋고 친해진 것 같잖아요.


민우 요즘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지는 추세고 사람들도 온라인을 더 자주 찾게 됐잖아요. GLGK 매장을 구상하면서 자주 했던 얘기가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려 해도 우리나라엔 노키즈존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노키즈존은 많은데 왜 예스키즈존은 찾기 어렵지? 그래서 첫 슬로건이 ‘Yes Kids Zone’이 됐어요. 이 공간만큼은 아이가 환대 받는 장소로 만들자고요. 나중에 그 아이들이 자라서 회현동을 지날 때, ‘삼촌들도 만나고 내가 재미있어했던 곳인데….’ 하고 추억하길 바라요.


정길 제 아들 이준이는 GLGK라는 공간을 아빠가 만들었다 알고 있고 애정을 갖고 있어요. 너무 뿌듯합니다.


운혁 유모차 끌며 아들 셋 데리고 식당에 들어갈 때 주인의 표정이 신경 쓰여서 사람 없는 데 찾아다니곤 했어요. 불편한 분위기가 싫어서 우리는 아이를 환대해 주자 싶었죠. 카운터 옆에 사탕이랑 젤리가 가득한 박스 보이시죠? 스태프들이 사탕도 나눠주고 잘 왔다고 하이파이브도 해줘요. 아이가 환영받는 느낌을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지명 오늘 회현역에 내려서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동안, 골목골목 옛 서울의 모습이 남아 있는 매력적인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의 서울역, 명동, 후암동 등은 자주 가봤지만 회현동 안쪽으로 들어온 건 처음이었거든요.


운혁 회현동이 어떤 동네냐면, 시청 옆이니까 중심 중의 중심인데 아직 개발이 안된 지역이라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동네예요. 바로 길 건너면 신세계 백화점이랑 명동이 인접해 있고 뒤쪽으로는 피크닉 같은 전시 문화 공간들이 있는데, 여긴 개발되기 전 날것의 살아 있는 느낌이라 이질적이면서도 매력적이에요. 일본 도쿄에 가면 하라주쿠의 ‘우라하라 신’ 같은 스트리트 패션으로 알려진 골목들이 있는데, 패션 좋아하는 아빠들이니까 이곳을 ‘회현하라 신’으로 만들어보자 했죠.


민우 고등학교 때 옷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본 잡지 《스마트》나 《쿨 트랜스》 보고 자랐어요. 명동에 있는 작은 서점에서 잡지책 사 오면 친구 집에 모여서 밤새 돌려 봤거든요. 잡지에 나온 숍을 보면서 늘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중심가가 아닌 골목으로 찾아 들어가서 직접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는 숍을 꿈꿨던 것 같아요. 매장에서 상품을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과 옷 이야기도 직접 나누고 싶었고요.


정길 찾아와 주시는 분들 덕분에 동네가 활성화되고 우리 때문에 하나의 신 Scene이 만들어져서, 다른 아동복 브랜드나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도 ‘여기 매장 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어요.

지명 아까 보니 사무실에서도 동네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 나누시는 모습을 보면서 세 분의 유쾌하고 다정한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어요. 세 분의 관계가 일에 있어서도 연장선에 놓인 느낌이었고요.


운혁 GLGK는 세 디렉터들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브랜드였고 모인 구성원도 다 좋았어요. 매니저, 마케터, 디자이너, 아르바이트생,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매력적인 거예요. 유쾌하고 바이브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에요. 외장을 멋지게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의 사람이 먼저고, 사람으로 이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명 세 분 인연도 오래됐죠? 민우 팀장님과 정길 팀장님은 17년 지기라고요.


정길 저는 친구는 아니고 다섯 살 차이 동생인데, 두 분은 고등학교 친구예요.


민우 정길이랑 첫 만남은….


정길 짧게 얘기해.


민우 어(웃음). 예전에 가리봉동, 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에 아웃렛이 많잖아요. 요즘은 큰 건물에 브랜드가 모여있지만 당시에는 작은 규모였어요. 공장 안에 아웃렛이 있는 형태였죠. 워낙 옷이랑 신발을 좋아하던 사람이라 아식스 매장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새로 들어온 친구가 나이키 덩크 SB를 신고 있는 거예요. 며칠 뒤에는 네이버후드 티셔츠를 입고 왔어요. 패션을 보니 나랑 잘 맞겠다 싶었죠. 일하는 틈틈이 옷이랑 신발 얘기를 자주 했어요.


정길 열아홉 살 수능 끝나고 처음 판매 일을 했던 때예요. 민우 형의 첫인상은 순수하고 맑은 느낌이었어요. 옷은 힙합 스타일의 통이 넓은 청바지에 나이키 신발을 신었고요. 같이 일하는 친한 형, 동생 사이였지만 사람을 대하는 법이나 윗사람을 존경하는 부분, 사회생활의 필수 항목들을 형한테 배우기도 했어요.


운혁 민우랑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만났는데 둘 다 공부 안 하는 친구들이었어요.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민우가 다양한 음악을 자주 들려주고 알려줘서 자연스레 친해졌죠. 셋 다 척하면 척이라 잘 맞았고 일도 같이 하게 되면서 지금은 더 좋아졌어요.


지명 좋아하는 걸 나누던 친구에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되었네요.


정길 일로 맺은 인연이 햇수로 13년 됐어요. 군대 다녀온 뒤에 본격적으로 옷을 배우고 싶었는데, 마침 두 분이 라운드컴퍼니에서 아동복을 만들고 있으니까 와서 배워보라고 권했어요. 처음엔 물류팀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옷을 특이하게 입고 다니는 절 보고 대표님이 옷을 만들어보라고 픽업해 주셔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죠.


운혁 감각이 탁월해서 지금 전성기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명 할 일은 각각 어떻게 나누게 된 건가요?


운혁 운영이나 마케팅은 민우가 잘하고 디자인은 정길이가 잘해요. 서로 잘하는 부분을 인정하는 마음이 커서 일 나누는 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민우 GLGK 매장을 만들 때 공간에 대한 생각들은 확고했는데, 회사를 설득하고 실현시키는 일은 나 대표가 담당했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적재적소에 실현시켜야 한다면 그걸 어미 새처럼 잘 물고 와서 회사를 오랜 기간 설득하고 빌드업하는 일을 잘하거든요. 분업화가 잘되어 있어요. 부족한 건 보완해 주고 잘하는 건 밀어주고요.


지명 친구라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 적도 있나요? 


정길 총 없는 전쟁이 회의잖아요. 각자 의견을 어필하다 보면 조심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데, 서로 성격을 잘 아니까 빨리 캐치해서 풀려고 노력해요. “솔직히 그건 좀 너무했다.” 바로 얘기하고요. 성격상 길게 끌고 가는 편이 아니에요.


운혁 회의하면서 언성 높이고 나면 카톡으로 “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하고 보내요. 셋 다 참 착한 거 같아.


정길 드러나지 않게 배려하는 편이에요.


민우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보니까 친구가 힘들어하는 걸 빨리 눈치채요. 회의하다 지치거나 일이 힘들거나 개인적인 일로 번아웃이 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럼 저는 다 내려놓는 타입인데, 이 친구들은 기다렸다 제가 탁 풀리는 타이밍을 알아채요. 눈치가 빠르죠.


지명 일할 때와 사석에서 만날 때 다른 면도 있나요?


정길 일을 하고 안 하고의 경계가 없어서, 거의 비슷해요. 아까 촬영하면서 보셨겠지만 사무실에서도 일할 때 스스럼없이 대하고요. 아무래도 제가 어리니까 형과 동생 기준에서는 형들을 좀 더 케어하는 부분이 있죠. 


운혁 술이나 담배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만약 사석에서 셋이 논다고 하면 일본에 옷 구경하러 갈 거 같아요. 달리 말하면 패션 일을 하니까 그게 일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그럼 정길이가 비행기표 예매하고 맛집 알아보고 형들 챙기고.


민우 예전에 <꽃보다 할배> 이서진 같은 역할이잖아.


정길 일할 땐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사석에선 제 역할만 있다! (일동 웃음)


민우 대신 의견에 토를 안 달아요.


정길 그게 좋아요. 의견이 분분하면 싸우거든요.


운혁 식당에 넣어주기만 하면 좋아요.


지명 차려준 그대로(웃음).


운혁 꽃보다 히로!

좋아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일과 우정에 경계가 없다 보니 세계관이 비슷하게 뻗어나가요. 상하 관계가 아니라 일과 우정이 연결되어 있고 이 자연스러움이 우정이 되고 일이 되는 것 같아요.”

지명 세 분이 일 외에 나누시는 게 있다면요?


운혁 옷밖에 없어요. 아이들 옷 말고, 우리 옷. 좋아하는 브랜드에 뭐가 발매됐다거나 하면 알아봐서 좀 사다 달라 얘기하고요. 사실 취미도 별로 없어요. 운동도 싫어하고… 옷쟁이라 옷만 좋아해요.


민우 결혼 전에는 그래도 자주 만나고 했던 거 같은데.


정길 슬프다. 다들 눈물이 좀 나는 것 같아. (일동 웃음)


운혁 그래서 회사에서라도 놀아야 해요.


지명 아이들하고 가족끼리 같이 만나거나 하진 않나요?


운혁 아들이 셋이라 거동이 힘들어요. 아이를 환영해 주는 곳이 아니면 눈치가 보이거든요. 여행을 갈 때도 애가 하나나 둘인 집하고 가면 미안해져요. 딸이 있는 집도 마찬가지고요.


지명 이번 호 주제가 ‘나답게 관계 맺기’예요. 저는 사람을 만날 때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세 분의 ‘나답게 관계 맺기’는 어떤 형태인지 궁금해요.


정길 저는 사람을 만날 때 얘기나 의견을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맞장구치고 맞춰주는 걸 좋아하고요. 서로 어색하다든가 내 얘기만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나를 편하게 생각했으면 해서 경직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해요. 사회생활이나 사람을 사귀는 관계에서도요. 그래서 사람들이 절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민우 저는 사람들하고 대화할 때 리액션을 크게 잘하는 편이고 또 잘 웃어요. 사람 간의 관계에서 첫 시작은 ‘믿음’이라 생각하고요.


정길 믿음, 소망, 사랑?


민우 믿음, 소망, 사랑, 감사로 접근하기 때문에 재밌게 편하게 하려고 해요.


정길 형 첫인상이 참 좋아요.


민우 그래서 아이들이나 연령 높으신 할머님들이 좋아해요. 어머님들 말씀 다 들어드리고요.


운혁 저는 반대로, 주로 제가 얘기하는 편이에요. 사람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하고….


정길 나 대표님과 출장을 같이 가보면 처음 만난 사람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친하게 대해요. 상대방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요. 새로운 사람을 원래부터 우리 무리인 것처럼 만들어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걸 좋아하고요. 큰 장점이자 능력이라 생각했어요. 저 사람이 누군지,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고 나한테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나 대표님은 그런 편견이 없어요. 그냥 다 0이에요. 나도 0, 너도 0.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정말 배우고 싶은 점이에요. 쉽지 않잖아요. 사람을 처음 만나면 스캔도 하게 되고 경계심을 갖기 마련인데 나를 낮추고 0의 상태로 사람을 대하시더라고요. 지금 친구라는 타이틀로 인터뷰하고 있지만, 각자 대표이고 팀장이니까 딱딱한 관계일 수 있는데 그런 게 없어요.


민우 다른 큰 회사하고 미팅을 하고 대기업 사장님을 만나면 ‘이런 얘기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싶은 쓴소리도 해요. 쓴소리 전문가.


정길 단점이자 장점인데, 직책이 높은 사람한테도 0으로 시작하니까(웃음).


운혁 사람 상대를 어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직책이 높은 분도 인간적이야. 밥 먹고 싶고 맛있는 거 먹고 싶지.’ 이런 느낌으로 다가가요. 저도 대표라서 외롭고 힘든 자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저 사람도 외로울 텐데 내가 친구가 되어야겠어.’ 하는 마음도 있고요.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각자 원하는 바가 있을 텐데 저는 기대 없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먼저예요. 회장님이건 사장님이건 아르바이트생이건 사람은 사람이다.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하는 이유도 누굴 만나서 대화하다가 양말 좋아한다는 얘기가 나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양말 브랜드 대표에게 전화해요. 한번 만나보라고 강제 컬래버레이션 시키고요(웃음). 시작은 모두 같았으니까 브랜드 크기를 떠나서 재보지 않고 연결해 주는 거죠. 싫으면 싫은 거고 좋으면 하는 거예요. 컬래버레이션 할 때 누가 더 좋고, 이윤은 어떻게 나누고, 이런 부분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좋으면 브랜딩이나 마케팅 안 따지고 진행하는 거죠.

지명 매장 오픈한 지 1년이 안 됐는데 팝업으로 이미 디스플레이가 몇 번이나 바뀌었어요. 컬래버레이션도 끊임없이 이어오고 정말 활발하게 활동하시더라고요.


민우 복잡하게 생각 안 해요. 


정길 어렵게 하면 못 하고 그때그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바로 실행하는 편이에요.


운혁 그게 저희 매력인 것 같아요. 컬래버레이션 할 때도 “이번 마케팅 방향은, 타기팅은….” 이런 얘기 하면 힘들어져요.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저희도 예전에 다 해봤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너 나 좋아? 나 너 좋아!”가 더 중요하고 그래야 중간에 삐거덕대도 “난 너의 이런 면이 좋았으니까 이게 네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해. 실수할 수 있어. 오케이!” 서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브랜드끼리 컬래버레이션 해야 결과도 좋고 고차원적 마케팅이 되더라고요. 브랜드와의 관계도 누가 빨리 선을 넘어서 안 보이는 장벽을 깨고 한마음이 되느냐가 중요해 보여요.


지명 결과를 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텐데요. 


정길 있죠! (일동 웃음) 결과가 100은 안 되더라도 같은 마음으로 목표를 두고 달리는 게 소중한 거고 쉽지 않은 거라 생각해요.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우선이지 않나 싶어요.


운혁 나답게 관계 맺기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답변이 여기까지 왔네.


정길 셋 다 일과 우정에 경계가 없다 보니 세계관이 비슷하게 뻗어나가요. 상하 관계가 아니라 일과 우정이 연결되어 있고 이 자연스러움이 우정이 되고 일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게 균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민우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균형을 잘 맞춰가고요. .


운혁 관계가 깨진다는 건 일이 잘 안 풀렸기 때문인 것 같아. 우리는 잘 되니까. (일동 웃음)


민우 지금까지 스코어가 나쁘지 않으니까.


운혁 다행히 승승장구 중이다(웃음).


지명 긍정적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대네요. 어릴 땐 어떤 아이였나요? 


정길 초등학교 때는 운동을 좋아했고 활발한 편이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거의 반장을 했고 교우 관계도 원만했어요. 중학교 때 옷에 눈을 떴는데 학교에서 옷과 신발을 좋아하는 대명사가 됐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중고로 옷을 사고팔기도 했고요. 공부는 안 하고 패션 커뮤니티에서 활동도 많이 하고 항상 옷이랑 신발만 생각하는 아이였어요.


민우 저는 제주도에서 자랐고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도시 생활과 좀 달랐던 점이 자랄 때 엄마가 그냥 풀어놨거든요.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동네를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여섯 살 때 도토리도 주워 먹고 비닐하우스 들어가서 바나나, 딸기, 감귤도 따먹었어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아요. 엄마도 제가 뭘 하려고 하면 그래 한번 해봐 하고 믿어주는 편이었어요.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언더그라운드 문화와 음악을 즐겼고 클럽도 가고 새로운 걸 찾아다녔는데 딱히 간섭하지 않던 엄마에게 감사해요. 고등학교 때 패션에 눈떠서 친구랑 주말마다 버스 타고 서울 근교 아웃렛에 가서 옷 구경하고 일본 잡지 보면서 이 신발 갖고 싶다 그런 꿈을 꿨죠.


운혁 누나랑 형이 있는데 전 막둥이였어요. 지금 라운드컴퍼니 회사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누나가 패션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방구석에서 《논노》 잡지를 같이 보곤 했어요. 누나 덕에 선진 문물을 일찍 익혔죠. 지금 GLGK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가 누나의 첫째 딸이거든요. 누나가 첫아이를 낳고 엠버라는 아동복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옆에서 같이 일했는데 그 뒤로 누나는 딸 셋을 낳고 비에너비엔, 피치스 같은 여아 브랜드를 만들고 전 결혼해서 아들 셋을 낳고 남아 브랜드를 시작했죠. 공부는 못했고 누나 손에 이끌려 다니는 아이였어요. 가정 형편상 비싼 나이키, 리복 같은 브랜드는 못 사고 동대문에서 짝퉁을 사서 입고 다녔죠.


지명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고 취향을 만드는 데 부모님 간섭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그런 환경도 지금의 세 분에게 영향을 준 것 같네요. 


민우 부모님이 얼마나 자유롭게 풀어주느냐, 얼마나 믿어주느냐인 것 같아요.


운혁 제 생각은 그때의 부모님 세대가 아이에게 무심했던 것 같아요. 내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밥만 잘 먹이자는 식이죠. 그게 또 감사해요. 아이가 너무 엇나가지만 않는다면 내버려 뒀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민우 저는 부모님께 영향받은 거라면 긍정적인 마인드예요. 예전에 학교에 일이 있어서 엄청 혼난 적이 있는데 엄마가 울면서 절 혼내시다가 서로 마주 보고 웃음을 터트린 적 있어요. 엄마랑 깔깔대면서 웃다가 얘기를 나눴는데,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제가 물려받은 것 같아요.


정길 부모님의 서포트까진 아니어도 제가 뭘 하든 믿어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