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40 WALKING LIGHTLY

HUGS WITH HEAVEN IN HELL

에디터  이주연(산책방)

포토그래퍼  추정현


백은선 시인은 낮엔 엄마로, 밤엔 시인으로 산다. 은선은 책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나는 티브이를 틀어 거실에 너를 앉혀두고 방에 들어와 쓰고 있다. 네 얘기를 쓰느라 너와 멀어져 있는 게 이상하지. 오늘 밤에도 많은 얘기를 하다가 잠들고 싶다.” 두 모자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지난 꿈 얘기를 기다랗게 늘어놓는 이선, 놀랍도록 의젓한 말들을 꺼내는 이선, 엄마를 칭찬하고 배려하는 이선, 그리고 그런 이선과 함께하기 위해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은선. 나는 이 모자의 생활을 오래 지켜보고 싶다. 거기서 피어날 싹과 꽃과 열매가 금세 시들지 않을 것임을 어쩐지 알고 있는 까닭이다.

좋고, 싫고, 이상한 걸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선이는 엄청 천진하고, 어른스럽고, 또 이해심이 많은, 엄마를 키워주는 아이예요. 좀 부족한 제가 이선이를 만난 덕에 나름 온전한 형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요즘 날씨가 참 얄궂어요. 해가 쨍쨍하다가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요. 다행히 화창한 시간에 만나게 됐네요.

그러게요(웃음).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쓰고 있는 백은선이에요.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 묻는 질문을 듣고 시인에 관해 생각해 봤는데, 시인은 세계의 틈, 아주 미세한 틈을 들여다보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시와 산문을 쓰고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또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데요. 《wee》 매거진 주 독자층이 아이를 키우는 분들일 것 같아서 오늘은 시집보다도 산문집으로 저를 소개해 보고 싶어요. 산문집은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와 《뾰》 두 권이 있는데, 그 안엔 딸로서의 저와 엄마로서의 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요. 시인과 선생으로서의 백은선 이야기도 있어서 제 면면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책들이라고 생각해요. 《뾰》는 가장 최근에 나온 산문집인데, 열두 명의 시인이 월별로 한 권씩 맡아 출간하는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로 출간하게 됐어요. 저는 2025년 8월 여름을 맡았죠.

산문에 딸과 엄마로서의 은선 씨가 담겨 있다고 했는데요.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역할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은선 씨는 어때요?

딸일 때도 엄마일 때도 저는 철이 없는 사람인데요, 비교하자면 딸일 때 좀 더 철이 없고… 원망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지?’하고 생각하는 일이 많았어요. 저의 쓸모를 제대로 찾지 못했고, 유년 시절도 불행했거든요. 지금은 아이가 저 같은 생각을 할까 봐 무서워요. 혹시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죠. 그래서 하루는 아이한테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의문이 들지 않느냐고, 엄마를 원망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태어나고 싶었어.” 그러더라고요. 그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요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요가는 저보다 짝꿍이 먼저 시작했어요. 짝꿍이 갑상선비대증으로 수술 후에 아이를 가졌고, 임신 뒤에 건강 관리를 위해 요가를 시작했죠. 그런데 요가원만 다녀오면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거예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을까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러던 중 딸 세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자마자 지나가 교육사 과정을 끊어줬어요. 제가 이론이나 철학 쪽에 관심이 많으니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면서요.

마음이 녹는 한마디인걸요. 아이 이름이 ‘이선’이죠. 소개해주실래요?

엄청 천진하고, 어른스럽고, 또 이해심이 많은, 엄마를 키워주는 아이예요. 좀 부족한 제가 이선이를 만난 덕에 나름 온전한 형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선이랑 저는 둘이 살고 있는데요. 혼자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부모가 상호 보완하며 아이를 돌보는 가정과는 다르거든요. 이선이는 그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고 이해도 많이 해줘요. 그 덕에 제가 덜 걱정하면서, 조금 더 안심하면서 글을 쓰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고요. 저를 배려해 주는 마음이 자주 느껴져서 고마울 때가 많아요. 한번은 저한테 “엄마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이혼한 거야.”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그때 많은 걸 알고 있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선이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데요. 어릴 때도 그랬지만 커가면서 점점 더 저를 이해해 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저는 이름의 의미가 항상 궁금하더라고요. 이선이 이름 뜻은 어떻게 돼요?

‘이선’을 먼저 짓고 한자를 더해 의미를 붙인 이름인데요. ‘선명하고 아름답다’는 의미예요. 전 시댁에 항렬이 있어서 원래는 이선이란 이름이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꼭 사용해야만 하는 ‘렬’ 자가 너무 강한 느낌이라, 쓰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대신 삼수변을 이름에 꼭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알맞은 한자를 찾아 의미를 붙이게 됐죠. 아이가 나중에 외국에서 살 수도 있으니 어려운 이름이 아니었음 싶었고, 성별이 특정되는 이름이 아니길 바랐어요. 그렇게 이선을 짓고 삼수변이 들어간 ‘선’을 찾으니 ‘선명할 선’이 있더라고요. ‘아름다울 이’도 이름에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라고 하지만, 규칙에 이름을 가두고 싶지 않았어요.

《뾰》에 “나는 매일 아이에게서 인간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를 배운다.”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선이에게 어떤 아름다움을 배우고 있나요?

아이랑 같이 지내다 보면, 평소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나쳤을 것들에 관심을 갖게 돼요. 가령 최근에 아무도 없는 바다에 같이 가서는 ‘돌 멀리 던지기 놀이’를 했거든요. 혼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인데 이선이랑 같이 있다 보니 생각지 못한 것들을 해보고 거기서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선이 덕분에 발밑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됐어요. 앞만 보고 걷던 제가 발 아래를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된 거죠. 아이는 저한테 그런 감각을 주는 존재예요.

많은 어른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은선 씨는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기보다는 책에 너무 깊이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고 했죠. “현실에 발을 붙이고 좀 더 즐겁게 자기 인생에 집중하면 좋겠다.”고도 쓰셨는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유년 시절이 행복하지 않아서 책으로 도망칠 때가 많았어요. 책을 읽는 순간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도 되니까, 일종의 도피였던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선이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이선이는 어릴 때 말을 빨리 뗐고, 굉장히 잘하는 편이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커서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작가란 영혼을 갈아서, 뼈를 깎아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일이 고통스럽다는 걸 잘 아니까 아이가 작가는 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렇다고 책을 멀리 둔 건 아니에요. 읽어달라 그러면 읽어주었고, 제가 책 읽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자주 보여줬지만 굳이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진 않은 거죠.

은선 씨가 읽는 산문이나 시를 자장가 삼아 읽어주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적어주셨죠. 무척 흥미로워요.

저는 직업 특성상 책을 읽어야만 하는데 육아와 병행하면 책 읽을 시간이 없을 때가 많거든요. 아이에게 제가 읽는 책을 읽어준 건 아이도 재우고 책도 읽을 방법을 마련한 나름의 방편이었죠(웃음). 그런데 어른이 읽는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린이가 몰랐으면 하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그런 부분은 건너뛰고 읽어주니까 내용이 이어지지 않아서 아이가 항상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럼 저는 왠지 안심이 됐고요.

아이에게 글감을 얻는 일도 왕왕 있던 것 같아요. 엄마로서의 자아와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만나는 느낌은 어때요?

아이가 한번은 ‘천국 체험관’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게 너무 시 같아서 시로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시는 <지옥 체험관>으로 완성됐지만요. 저는 이선이에게 크고 작게, 어쩔 수 없이 계속 영향을 받게 돼요. 아이를 키우면서 제 성격도, 글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는데요. 제가 처음 작품 활동을 하던 시기엔 굉장히 날 서고, 예민한 글들을 썼어요. 어둠을 감각하는 시선이 뾰족한 사람이었는데 이선이를 만나고 나선 그런 면이 많이 무뎌졌어요. 글에 변화가 생기고 나서 안타깝다는 독자도 있었고, 저도 제 특징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기껍지 않은 변화라 느꼈지만 이젠 그런 변화도 기꺼이 수용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반면 이선이 덕분에 성격이 무던해진 건 반가운 변화라고 느껴요. 한 인간으로서는 세상에 한층 더 잘 적응하게 됐다는 기분이 종종 들거든요.

어린이에게선 새로운 시각을 배울 일이 참 많은데, 세상은 오랫동안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여겨왔어요. 점점 그 시각이 바뀌고 있는 듯한데, 은선 씨도 “아이는 그렇게 밝고 명랑하고 빛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책에 남겨 주셨죠. “어린이라는 존재는 그저 작은 인간”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은데,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어른들은 너무 쉽게 유치하다는 식으로 어린이를 정의하곤 해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가르쳐줘야 한다는 편견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어린이가 이미 많은 걸 아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다만 아직은 작은 인간이어서 표현할 언어가 부족할 뿐이에요. 다소 불충분한 언어로 표현했을 때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항상 안타깝죠. 어른들은 아이를 미숙하다고 여겨서 대신 뭔가를 정해주는 일도 많은데요. 저는 아이가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이선이에게 “네가 선택할 수 있어. 이선이가 골라 봐.” 하는 편이에요. 이혼할 때도 이선이에게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어째서 엄마, 아빠가 따로 살아야 하는지 설명해 줬거든요. 이혼은 비단 부모만의 일이 아니에요. 아이도 살아가는 환경이 바뀌는 거니까요. 아이란 지켜주고 보호해 줘야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어른과 동등한 존재예요.

이선이와 함께한 세월 동안 사랑의 정의도 바뀌어 왔을 것 같아요.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요.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 그게 지금은 사랑 같아요.

아름답고 선명한, 한낮의 바다 산책

"제가 상상한 마지막 여름은 죽기 전의 여름이기 때문에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져요. 감각으로 잘 와닿진 않지만, 그때도 제가 시를 쓰고 있으면 좋겠어요. 낭독회 장소는 동해라면 좋을 것 같고요. 동해 바다가 정말 예쁘잖아요."

이번 호의 키워드가 ‘산책’인데, 은선 씨는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셨죠(웃음).

네, 저는 밖을 안 좋아해요(웃음). 책에도 썼는데, 사람들, 시끄러운 소음, 견딜 수 없는 냄새가 저한텐 좀 힘들어요.

그런 반면 “이렇게 집 안에서 세월을 다 보내버리는 게 아깝기도 하다.”는 구절도 남겨 주셨는데요. 왜 우리는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을 후회하는 걸까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무조건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가령 집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그건 굉장히 생산적이니까요. 그러나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드라마만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나면 후회될 때가 있어요. 밖에 나간다는 건 집에 있을 때보다 ‘무엇을 한다’는 감각이 뚜렷한 편이니까 목적이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데서 죄책감이 오는 것 같아요. 특히 엄마들은 내 시간을 보낼 기회가 적은 편이라 ‘황금 같은 시간을 이렇게밖에 못 쓰나.’ 하면서 자책하게 되는 거죠.

바깥 활동엔 목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산책에도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산책 자체가 목적인 거죠. 왜인지 모르겠지만 시인에겐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자주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정말 아니거든요(웃음). 저한테 산책은 오로지 이선이랑 종종 하는 활동이에요. 아이와 나가는 건 그것 자체로 제게 목적이 되기도 하니까요.

대화 초반에 아이와 바다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저는 그것도 산책이라고 생각해요.

아, 바다 산책은 정말 좋아해요. 저는 바다를 좋아해서 자주 가거든요. 왜 바다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물이라는 것에 자꾸 끌려요.

《뾰》에 <취미는 해루질>이라는 산문이 실려 있죠. 바다에서 하는 산책이 바로 해루질이란 생각이 드는데, 해루질 이야기를 들려주실래요?

저는 어릴 때부터 뭔가 채집하는 걸 좋아했어요. 가족들과 휴가로 바닷가에 가면 고둥을 잡았고, 쑥 캐는 것도 좋아했죠. 쭉 그런 취미를 갖고 살아왔는데 어른이 되고 해루질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펄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인데 바다도 좋아하고 채집도 좋아하니까 ‘이건 나랑 너무 잘 맞을 것 같다.’ 싶었어요.

해루질 동행인은 항상 이선이라고 쓰셨죠. 아이와 함께하기 좋은 취미인 것 같아요.

낮에 하는 해루질을 낮루질, 밤에 하면 밤루질이라 하는데, 밤루질은 위험해서 아이와 함께하긴 어렵고요, 낮루질은 갯벌 체험이랑 거의 비슷해서 아이가 하기에도 좋아요. 해루질에 관심이 있다면 ‘바다타임’이라는 애플리케이션부터 다운받으세요(웃음). 간조, 만조 시각을 알려주는 앱인데 앱을 활용해서 간조 30분 전쯤 준비했다가 물 빠지는 걸 따라서 해루질에 나서면 편하거든요. 중요한 건 밀물 때가 되면 바로 돌아 나와야 한다는 거예요. 낮엔 물이 오는 게 보이니까 비교적 덜 위험한데, 밤엔 물 차는 게 전혀 안 보여요. 물이 생각보다 빨리 들어오기 때문에 물살에 휩쓸릴 위험이 크니까 밤루질을 할 땐 밀물 시각에 알람을 맞춰놓고 바로 나와야만 해요. 아이랑 함께하는 거라면 낮루질을 추천하고 싶어요.

또 특별히 필요한 준비물이 있나요?

가슴 장화를 착용하면 좋죠. 가슴 장화는 멜빵바지 형태인데 장화가 달려 있어요. 가슴 장화를 입으면 해루질 할 때 확실히 편해요. 물론 반팔, 반바지 차림도 괜찮아요. 피부 타는 걸 싫어하는 분들은 토시를 착용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살갗 타는 걸 크게 신경 쓰진 않아서 편한 차림으로 해루질하러 갈 때도 많은데, 그래서 여름이면 두 팔이 새카매지곤 해요(웃음).

가슴 장화 입고 어패류 캐는 상상을 해봤는데, 벌써 재미있어요(웃음). 해루질하기 좋은 바다를 추천해 주실래요?

아이랑 제일 가기 좋은 곳은 안산 대부도에 있는 방아머리 해수욕장이에요. 해수욕하다가 물이 빠지면 바로 해루질을 할 수 있거든요. 진흙 펄이 아닌 모래 펄이어서 발이 안 빠지는 것도 좋아요. 발이 빠지면 위험하고, 진흙이 많이 묻어서 뒤처리할 때 힘들거든요. 반면 모래 펄에선 깔끔하게 해루질할 수 있죠. 아, 그리고 바다마다 잡히는 생물이 다른데 방아머리 해수욕장은 동죽이 제일 많아요. 동죽 되게 맛있거든요(웃음). 서울에서도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 좋기 때문에 처음 가시는 분들한테도 추천하고 싶은 장소예요.

동죽을 캐서 먹기도 하나요?

물론이죠! 엄청 맛있어요. 저는 주로 술찜이나 파스타를 해 먹어요. 종종 그 안에서 진주를 발견하기도 해요. 조개는 해감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뭔가를 잡는다면 바닷물도 함께 퍼 오는 걸 추천해요. 물에 소금을 타서 해감하는 일도 많은데, 바닷물로 해감하는 게 제일 좋거든요.

책에 해루질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문장을 쓰셨죠. “평소 광화문 사거리에 있었다면 스쳐 지나갔을 온갖 사람들이 내게 와 말을 건다.” 생각해 보면 등산도 그런 것 같아요. 지나가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건 예삿일이고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에요.” 하고 알려주기도 하잖아요. 왜 우리는 야외 활동을 하면서 타인에게 경계를 허물고 말을 걸게 되는 걸까요?

아마 ‘같은 곳에 같이 있다, 같은 것을 하고 있다.’는 소속감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에 시 쓰는 친구들과 ‘선물하는 시’라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어요. 길에서 시를 나눠주고 그 경험을 서울문화재단 웹진에 연재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시는 사람들이 잘 안 받아주더라고요. 그러다 한번은 음악 페스티벌에서 나눠준 적이 있는데 반응이 확실히 달랐어요.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는 여기에 같은 것을 향유하러 온 사람이다.’라는 동질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경계가 달라지는 거죠.

대화 나누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는데, 오늘 북토크 있다고 하셨죠?

맞아요. 인터뷰 마치고 나면 《뾰》로 독자들을 만나게 돼요. 그래서 테마가 ‘산책’인데 북토크 차림으로 차려입고 함께하게 됐네요(웃음). 내일부터는 학교가 개학을 해서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다가올 연휴에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준비도 해야 하고…. 바쁜 나날이 이어질 것 같아요.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강원도로 바다 보러 가려고요. 이선이를 두고 가는 여행이라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설레는 마음도 커요(웃음). 바다 수영을 좋아해서 스노클링을 계획해 두었거든요. 엄청 기대돼요.

정말 바다를 좋아하는군요. 《뾰》 마지막 글이 <마지막 여름은 나와 함께>예요. 마지막 여름이 찾아온다면 바다에서 낭독회를 열고 싶으시다고요. 한번 상상해 볼까요?

제가 상상한 마지막 여름은 죽기 전의 여름이기 때문에 너무 먼 미래처럼 느껴져요. 감각으로 잘 와닿진 않지만, 그때도 제가 시를 쓰고 있으면 좋겠어요. 낭독회 장소는 동해라면 좋을 것 같고요. 동해 바다가 정말 예쁘잖아요. 거기 모닥불을 피워놓고, 찾아준 사람들과 동그랗게 앉아서 다 같이 좋아하는 시를 한 편씩 읽는 거예요. 왜 이 시가 좋은지도 얘기하고요. 누가 와줄진 모르겠지만요(웃음).

제가 갈게요(웃음). 그날 이선이도 함께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좋겠죠, 정말 좋겠죠. 하지만 이선이는 조금 지루해하지 않을까요? 종종 이런 생각을 해요. 이선이에게 자기 전에 “오늘 가장 좋았던 일이 뭐야?” 하고 물으면 “지금 엄마랑 같이 얘기하는 거.” 하고 말해주기도 하고, 이선이 없이 여행을 간다고 하면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하기도 하는데 언젠가는 이선이가 지금처럼 저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인데요. 아마 제 마지막 여름날엔 그런 시기를 다 겪은 후일 테니… 이선이가 기껍게 찾아주면 좋겠어요.

모두 모일 여름날이 벌써 기대돼요. 헤어지기 전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음, 한마디만 더 보태고 싶어요. 독자 중에 저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인터뷰를 읽으며 ‘그것만으로도 나는 완전하고 충분할 수 있다.’는 걸 느꼈으면 해요. 그런 바람이 전해질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모든 엄마는 위대하고, 완전하고,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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