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39 HOME TO DREAMS

RHYTHM FLOWS IN MY HOME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Hae Ran


오전 일곱 시, 남현과 예진, 그루의 하루가 시작된다. 경쾌한 움직임으로 아침을 열고, 일터와 학교로 향한 세 식구는 어스름이 깔린 오후가 되어 커다란 테이블로 모여든다. 책상 위 꿈의 대화가 소복소복 쌓이고 그 밑에는 별빛 아래 작은 캠핑장이 열린다. 생기 넘치는 가구 사이 서로를 향한 응원과 믿음이 단단하게 흐르는 집. 그 리듬을 따라 그들의 꿈이 자라난다.

우리만의 리듬으로

"집을 정해진 틀이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게 참 좋아요."


집에 초대해 주어서 고마워요. 집은 가족들이 평소 좋아하는 것과 자잘한 일상의 리듬, 그 사이 자리잡은 소중한 흔적을 담고 있잖아요. 직접 둘러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무척 기대돼요.

예진 안녕하세요, 어린이들이 자라는 공간을 위한 놀이 가구를 만드는 유예진이에요. 어릴 적부터 집에서 ‘나중에 어떤 일을 할까?’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지냈어요. 지금도 가구를 만들면서 또 다른 꿈들을 마음속에 그려가곤 해요.

남현 저는 예진의 남편이자 그루 아빠, 탬버린하우스에서 가구를 만드는 배남현이에요. 가구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요.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기거든요. 저희집은 각자의 책상이 하나씩 있는데, 아들 말로는 아빠가 좋아하는 건 책상 위 모니터 안에 다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여기는 가족의 몇 번째 집이에요?

예진 세 번째 집이에요. 아버지와 함께 지내다가 최근에 독립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걸어서 이동하길 바랐거든요. 전에도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면 생활이 부드럽게 흐르기보다, 전원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순간순간 끊기는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자연스러운 생활 리듬을 위해 학교 앞으로 이사했고, 덕분에 매장과도 가까워져서 세 식구가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집을 구성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뭐예요?

예진 가족이 함께 지내는 집이라서, 생활 동선과 리듬에 맞는 구조를 고민했어요. 저희는 테이블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먼저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었어요. 아이가 편하게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했고, 남편이 만들어 주었어요. 가장 오래 고민한 건 거실 테이블이에요.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을 더 밀도 있게 보내고 싶었거든요. 집 크기에 비해 꽤 큰 테이블이지만, 살아보니 정말 만족스러워요. 다 같이 모여 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하기에 좋고, 무엇보다 아이가 정말 잘 활용해요.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캠핑놀이인데, 테이블을 이불로 감싸고 매트를 깔아 작은 텐트처럼 꾸민 뒤 전등을 달아놓아요. 그 안에서 밥을 먹거나, 아예 하룻밤을 보내기도 해요.

남현 전에는 무언가 하려면 앉을 곳이 식탁밖에 없어서, ‘우리 공간이 생기면 커다란 테이블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사각 테이블을, 아내는 원형 테이블을 원했는데, 고민 끝에 거실에 큰 테이블을 두고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누려보기로 했죠. 대신 거실에 소파는 두지 않았어요. 소파가 있으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까요. 빈 공간이 있어서 이런저런 활동하기 좋아요. 가끔 낮은 테이블을 꺼내 거실에서 밥을 먹거나, 프로젝터를 켜고 매트리스에 기대어 영화를 보기도 해요. 집을 정해진 틀이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게 참 좋아요.

가족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예진 우리는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팀워크를 발휘해야 더 귀하게 쓸 수 있어요. 세 식구가 오전 일곱 시에 함께 일어나요. 아이가 학교에 가는 아홉 시까지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해요. 남편은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고, 저는 아이와 함께 아침 공부를 해요. 공부가 끝나면 아이는 식사를 하고,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죠. 그런 다음 남편과 아이는 함께 운동하러 나가고, 저는 출근 준비를 해요.

남현 아들이랑 함께 나가서 줄넘기와 팔 굽혀 펴기를 해요. 원래는 마라톤처럼 뛰는 것까지 했는데, 시간이 부족한 날이 많아서 요즘은 줄넘기와 근력 운동 위주로 하고 있어요. 사실, 이 운동은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해왔던 것들이에요. 기록을 재니까 아이가 전날 자신이 세운 기록을 넘어보려고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함께 운동을 하다 보니 저도 건강이 좋아졌고, 아들도 점점 튼튼해지고 있어요. 매일 아침 빠뜨리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려고 노력해요.

예진 아이가 학교에 가면 우리는 출근해서 각자 일을 하고, 아이는 하교 후 다양한 활동을 해요. 신문을 읽고 책을 보는 공부방에 가거나 수영을 배우죠. 집에 돌아오면 각자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요. 아이는 학교 가방을 정리하고, 수영복을 널어놓아요. 함께 저녁을 먹은 뒤 거실에서 모여 영어 공부를 해요. 아이가 해리포터를 정말 좋아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는 것이 목표거든요. 그때 우리는 업무상 필요한 영어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해요. 그런 다음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함께 하다가, 아이가 잠들고 나면 비로소 각자의 시간이 시작돼요. 개인 책상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데, 저는 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요. 잠들기 전에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해요.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생활 리듬이 아이에게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 아이도 편안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으니까 개인 시간도 소중하게 여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세 명의 리듬을 조화롭게 맞춰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남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저는 원래 일에 몰두하는 타입이었고, 아내는 가정과 아이에게 더 집중하는 편이었거든요. 함께 일을 하면서 의견 차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저는 일을 조금 내려놓았고, 아내도 가정에 치우쳤던 생활을 조금 덜어내면서 점점 균형을 찾아가고 있어요.

예진 처음에는 가정과 일을 분리하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더라고요. 가족이 함께하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와 생활하면서 제품 테스트를 하곤 해요. 그래서 회의할 때 아이가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있어요. “엄마, 이런 가구는 어때?” 하며 직접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요. 이제는 일과 생활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우리만의 리듬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특히 소중하게 여기는 가구나 소품이 있어요?

예진 남편과 아이가 만들어준 물건들이 제일 소중해요. 식탁 위에 아이가 만든 도자기가 있는데, 보라색과 초록색을 섞은 색감이 정말 예뻐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색을 잘 사용하는 것 같아요. 손으로 빚어서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오히려 더 정감 가고요. 침실에는 이사할 때마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는 그림과 앨범이 있어요. 제가 영화 를 정말 좋아했는데, OST가 정식 발매되지 않아서 남편이 직접 음원을 다운로드해 종이 앨범 커버를 만들어줬어요. 사람의 손길이 닿은 따뜻함이 좋아요. 또, 햄hem에서 만든 그릇도 아끼는 아이템이에요. 그릇의 컬러감이 예뻐서 식탁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집 안 곳곳에 탬버린하우스 북빈이 다섯 개 있어요. 브랜드 초기에 만든 거라 지금 제품과 디테일은 다르지만, 정말 잘 쓰고 있어서 가장 애정하는 가구예요.

남현 저는 아일랜드 식탁과 침대가 특별해요. 둘 다 아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가 직접 만든 건데, 처음 시도하는 제작 방식이 좀 어려웠어요. 그래도 완성했을 때 만족감이 정말 컸고,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어요. 서로의 취향을 맞춰가며 만든 가구라 더 의미가 깊어요.

집을 더 잘 이해하려면 예진 씨가 취향을 쌓아온 어린 시절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어떤 어린이였어요?

예진 부모님에게 많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는 항상 자신을 잘 가꾸셨고,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예쁘게 살아야겠다.’는 꿈을 키웠죠. 아버지는 출판사에서 일하셔서 늘 책과 가까이 지냈고요. 부모님은 늘 제 선택을 존중해 주셨어요. 어릴 때부터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셨죠.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바지를 입었을 정도로, 옷 고르는 취향을 존중해 주셨고요. 제 침대는 사방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손만 뻗으면 책을 꺼낼 수 있는 구조였어요. 그 덕분에 밤마다 책을 많이 읽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중학교 때 방을 ‘도서관’처럼 꾸몄던 일이에요. 부모님께 제 방을 도서관처럼 꾸미겠다고 하니 안방을 내어주셨어요. 가로 여섯 칸, 세로 여섯 칸의 책장과 침대, 책상, 옷장이 함께 배치된 작은 도서관이 되었죠. 책을 주제별로 정리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고3 때 방에서 책만 읽고 지낼 정도였죠. 그때 친구랑 ‘나중에 함께 어린이 서점을 열자.’고 약속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어린이 서점 주인’이라는 꿈을 키웠거든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책방을 어떻게 꾸밀지 그림을 그려보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앞에 서점을 열면, 컵 떡볶이를 팔아야겠다.’는 구상도 했죠.

집에서 시작된 소중한 꿈이네요. 그 꿈을 이뤘어요?

예진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도 부모님은 전혀 간섭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책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대학 홈페이지를 찾다가 문헌정보학과를 발견했어요. 사서가 되면, ‘책과 가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서가 되었죠. 사서로 일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지만, 학창 시절 꿈꾸던 모습과 가깝진 않았어요. 아이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적었고요.

남현 씨의 성장 과정도 궁금해요.

남현 저는 정말 개구지고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거 좋아하는 어린이였어요. 우정이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서 힘겨루기를 잘했고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매일 새벽 5시에 깨워서 5~10km 달리기를 했거든요. 아버지가 젊었을 때 운동을 잘하셔서 동네에서 ‘힘이 제일 센 사람’으로 불리셨대요. 그렇게 운동을 하다 보니 달리기에 두각을 보였고, 저와 쌍둥이 형은 육상 선수가 되었어요. 중학생이 되면서 형과 실력 차이가 벌어져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겠다고 했어요. 오랫동안 하던 운동을 관두고 선택한 분야였기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방과 후 시간과 방학을 반납하며 열심히 그림을 그렸죠. 아버지가 인테리어 내장재를 제조하는 일을 하셔서 자연스럽게 가구와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겼고,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하게 되었어요. 그 후 아버지 회사에서 7년 동안 현장직으로 일하면서 기계와 목재를 다루는 법을 배웠고, 독립해서 친구들과 앱 개발, 아마존 판매, 짐 보관 서비스, 독립 서점 등 여러 사업을 시도했어요.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에 도전했어요.

결혼을 하고, 배우자, 부모로서의 역할이 꿈에도 영향을 미치던가요?

예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사서직을 그만두었어요. 나 자신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에 깊이 몰두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 같기도 해요. 작은 물건 하나도 신중하게 고르고 돌봄을 허투루 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어릴 적 꿈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과 너무 동떨어진 일처럼 느껴졌어요. 육아가 우선이었고, 그걸 내려놓고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 했어요.

남현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개인적인 생활이 완전히 사라져서, 제 자신이 온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친구들에게 “결혼 추천하지 않아. 너무 힘들어. 결혼도 결혼이지만, 아이를 낳는 것도 좀 고민해 봐야 해.”라고 할 정도였어요. 가정은 아내에게 맡기고, 일만 열심히 했죠.

육아에 집중했던 시절, 예진 씨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예진 아이에게 스스로 재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애썼어요. 제가 들었던 인상 깊은 말 중에, ‘아이들이 창문 밖 어떤 풍경을 보고 자라느냐에 따라 감각이 다르게 발달한다.’는 말이 있어요. 유럽의 창밖 풍경이 부럽다고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나라의 도시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다만 육아용품에서는 한계를 많이 느꼈죠. 물론 기능성도 중요하지만, 너무 다양한 기능을 가진 놀잇감은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재미를 찾는 데 방해가 되더라고요. 기능보다는 단순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고르려고 했어요. 아이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색감이나 형태를 기준으로 삼았죠.

현실적인 고민이었을 텐데, 그 애씀들이 결국 탬버린하우스로 가는 길이었군요. 탬버린하우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남현 당시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에 처해서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어요. 그러다가 집에 책장이 필요해서 하나 만들었는데, 오랜만에 나무를 만지니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집에 놓으니 예뻐서 더 만족스러웠어요. 여기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겠다 생각했죠.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이트 운영은 할 수 있었지만, 브랜드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고객들에게 어떻게 소개할지 막막했어요. 그때 아내에게 많이 물었어요. 제품을 소개하려면 좋은 사진이 필요하다며 촬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델은 누구를 쓰면 좋을지 등 다양한 의견을 주었고, 그걸로 가이드를 잡아 나갔어요. 준비 기간만 6개월이 걸렸죠. 브랜드 이름도 아내가 지은 거예요.

예진 저는 아이와 더 밀접하게 생활하니까, 아이가 사용하는 가구는 정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가구에 올라탈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으니, 아이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책장 칸 높이가 얼마나 되어야 아이들 책이 다 들어가는지 같은 디테일한 부분을 계속 얘기하며 살펴봤죠. 남편이 “우리 둘이 같이 하면 잘할 수 있다.”고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했는데, 저는 계속 주저했어요. 기다리다 못한 남편이 먼저 시작하더라고요. 시작을 하면 제가 함께 하게 될 거라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왜 이름을 ‘탬버린하우스’라고 지었어요?

예진 어렸을 때,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꿈꾸면서 부를 때 좋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이름을 고민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탬버린’이 떠올랐죠. 탬버린은 리듬 악기인데, 아주 어린 아기부터 연주할 수 있어요. 배우지 않아도 자기 감각에 맞춰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이 너무 친절하고 다정하게 느껴졌어요. 그 리듬이 주는 즐거움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탬버린’이라는 글자를 꼭 붙여야겠다 싶었죠. 그 후, 가구라는 상품군이 정해지면서 ‘우리 집 안에 리듬을 불어넣자’는 생각이 들어서 ‘탬버린하우스’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탬버린하우스로 제일 처음 만든 제품이 북빈이에요?

예진 맞아요. 그때 제가 가진 고민은 잠자리 독서 후 방이 엉망이 되는 거였어요. 침대 옆에 책이 30권씩 쌓여 있었죠. 간편하게 책을 꽂을 수 있는 책장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북빈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어요. 아이가 어릴 땐 하루를 마치고 방을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잖아요. 처음에는 잠자리 독서용으로만 생각했는데, 인형이나 장난감도 정리할 수 있어서 만능이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이 제품을 사용하면 좋은 점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필요한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고객들에게 탬버린하우스의 디자인도 신선한 요소였을 텐데요.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뭐예요?

예진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한 것들이 탬버린하우스 디자인에 많이 담겨 있어요. 저는 아이가 스스로 재미와 행복을 찾길 바랐어요.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놀면서 ‘회전무대를 뒤집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런 가구가 집에 있다면 아이들이 ‘저길 한번 올라가 볼까? 저 밑으로 들어가 볼까?’ 호기심을 가질 거 같았죠.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었어요. 또 집 안에서 아름다운 색감이나 형태를 보며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색감을 선택해 디자인했어요. 

남현 ‘비기닝 테이블’ 사이즈를 처음부터 정한 건 아니었어요. 여러 사이즈로 시도해보고 가장 좋다고 느낀 것이 700mm였어요. 사실, 제작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사이즈는 아니었죠. 보통 판넬은 가로가 1200mm가 나오기 때문에, 600mm로 두 개를 만들면 자투리 부분이 남지 않아서 효율적이에요. 그런데 아내는 책상 폭이 너무 좁으면 마주 봤을 때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초기에는 현장의 효율과 맞지 않아서 부딪쳤어요. 아내는 고객을 대변하고, 저는 제작을 대표하며 절충안을 찾으려 애썼어요. 결국 고객의 의견에 손을 들어 주기로 하고, 제가 많이 양보했어요. 로스가 더 많지만,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올려놓고 그림을 그릴 때 더 자유로운 사이즈로 제작한 거죠. 그렇게 만들었더니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그때,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효율을 내려놓으면서 고객의 만족을 끌어낸 거네요.

예진 맞아요. 고객의 99%가 엄마들이에요. 저도 처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걸 해주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으니, 그 마음을 알죠. 현장에서 제품이 나오면, “이 부분은 엄마 눈에서는 불량인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해요.

남현 ‘매니 테이블’도 600mm x 1200mm로 만들면 판넬 한 개로 두 개의 상판을 만들 수 있죠. 그런데 이것도 폭이 700mm예요(웃음).

두 분의 취향과 전문성이 자연스럽게 섞인 결과물이 탬버린하우스 같아요. 놀이하듯 일하는 모습이에요.

예진 탬버린하우스에서 하는 일들이 어린 시절 제 꿈과 가까우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아침에 가기 싫은 날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무실에 가는 게 재미있어서 주말에 개인 시간이 생기면 쇼룸에 나와요. 사실, SNS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게 정말 치열하잖아요. 계속해서 변화를 줘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고,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기획도 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괴로운 순간도 많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냈을 때 도파민이 엄청나게 분비되는 걸 느껴요. 그럴 때는 잠도 안 자고 일해서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결과물 앞에서 모든 게 녹아내려요. 또 제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 아이들이 저희 가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해요. 귀여운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는 병이 있어 종종 눈물도 나요(웃음).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큰 힘이 되죠.

남현 가족이 모두 이 일에 참여하고 가까이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깨졌던 삶의 밸런스가 맞춰졌어요. 정확하게 구분하기 쉽진 않지만, 일과 가정 그리고 나의 삶이 함께 나아가는 그 자체가 만족스러워요. 예전에는 혼자 고민하고 말았던 일들을 아내와 함께 얘기할 수 있어 너무 감사해요.

가족과 탬버린하우스가 함께 크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다음 꿈은 뭐예요?

예진 탬버린하우스를 통해 제가 배우고 성장한 부분은 시도하고 경험하면 전과 달라진다는 거예요. 직접 겪으면서 꿈이 더 자랐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곳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또,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의미 있다고 느낀 것 중 하나는 우정을 깊이 나누는 이웃들과 함께 사는 거예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들과 내 것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만들 수 있잖아요. 문화 공간을 만든다면 무료로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클래스가 열리면 수업료는 저희가 지원하고, 아이들이 와서 편하게 배웠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서로 도와주며 함께 살아간다는 걸 경험해서, 아름다운 사회의 가치를 배우게 되기를 바라요. 

남현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항상 어려움이 있고, 그걸 해결하면서 성장하곤 하잖아요.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아지는 게 참 감사해요. 지금 저한테 주어진 과제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잘해보고 싶은 건 팀원을 잘 구성하는 거예요. 아이를 키울 때 어떻게 얘기하면 우리 관계가 더 좋아질지 고민하는 것처럼, 팀원들과도 어떻게 하면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 마음을 다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많이 고민해요. 예전에 아버지 회사에서 관리자로 있을 때는 시도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지금 되돌아보니 야박한 리더십 같아요. 그때보다 팀원들과 더 많이 나누고, 더 기쁘게 일할 수 있도록 고민해요. 그렇게 하니 저도 기분이 좋고, 팀원들도 더 열심히 해요. “이 친구랑 함께라면 무조건 이 일을 해야지.” 같은 유대감도 생겨요. 일이 때론 힘들지만, 너무 소모되지 않고 팀원들 생활도 존중하며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만드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꿈을 키울 공간이 있다는 건

"사람은 대부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온전한 내 공간이 한 평이 안 되더라도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두 분은 다정하고 신중한 편 같아요. 서로 닮아간 부분인가요?

예진 우리는 의견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는 점에서 비슷해요. 저는 계획을 중시하는 성향인데, 빠르게 실행하는 남편 덕분에 변했어요.

남현 무언가 요구하거나 바라는 것을 말할 때 전에는 자주 화를 냈어요. 아내는 현명하게 “화내지 않고 얘기했으면 좋겠어.”라고 알려주거나, “나는 이거 때문에 기분이 나빴어.”라고 표현해요. 아내가 화가 났을 때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면서, 저도 따라하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화나는 감정을 말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육아를 하면서도 아이에게 어떻게 말할지 많이 공부하고 배우고 있어요. 결혼 생활은 저를 많이 성장시켜 주고 있죠.

그루는 어떤 기질의 아이예요?

예진 그루는 능동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편이에요. 제가 참견하면 눈에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걸 봐요. 자기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고, 혼나도 자기가 인정하지 않으면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은 우주, 빛 같은 자연과학에도 관심이 커졌어요. 스스로 재미를 잘 찾는 편이고, 아기 때부터 단조로운 환경에서도 주방 서랍을 뒤져서 뭔가를 쌓거나, 일하는 제 옆에서 잘 놀았어요. 창의적인 면이 있죠. 

남현 그루는 친구들이 싸우면 중재를 하거나 양보를 잘해요. 부모의 눈으로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주는 건가 싶어 조금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물어보면 “괜찮아, 내가 주고 싶었어.”라고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잘 크고 있구나 싶어요. 가끔 아이가 잘못한 부분이 있을 때 훈계하거나 화를 내기도 하는데, 감정을 추스르고 와서 “아빠, 내가 이런 부분 잘못했어.”라고 먼저 말하는 모습을 보면 어른스럽기도 해요.

세 식구 사이에는 온화하고 침착한 리듬이 흐르는 것 같아요, 저도 그 흐름에 따라 차분하게 행동하게 되고요. 가족이 생활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궁금해요.

예진 청소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도 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부족한데 그 시간을 제대로 누리려면 정돈된 상태여야 더 즐겁더라고요. 음식 먹을 때도 테이블이 지저분하면 소중한 시간이 방해받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우리 집에 각자의 책상이 있어 좋아요. 사람은 대부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온전한 내 공간이 한 평이 안 되더라도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루에게는 비밀 창고가 있어요. 수납 공간이 절실했지만, 과학 실험실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허락해 줬어요. 꿈을 키울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지금 현미경, 인형 등 오만가지가 다 있어요. 그 공간을 꾸며놓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루는 편안함을 느끼고, 엄마 아빠 몰래 일탈도 해요. 새벽에 자다 깼을 때 그곳에서 사탕을 까먹고, 시를 쓰고 숨겨두기도 해요.

비밀 창고라니, 무슨 꿈이든 품어줄 공간 같아요. 두 분은 그루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요?

남현 그루와 책임과 의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아빠가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를 돌보는 게 부모로서의 책임이라고 말하면서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싫거나 과정이 힘들 때도 그걸 재미있게 해보자고 얘기해요.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루가 맡은 의무이니 책임감 있게 해나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경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그루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예진 저희는 아이의 즐거움을 채워주기보다는, “네가 찾아봐, 엄마 아빠가 따라갈게.”라는 스타일로 놀이와 환경을 구성해요. 그런데 초등학생이 되니까 평가를 경험하면서 좌절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어요. 아이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해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시험은 점수나 등수를 매기려는 게 아니라, 네가 얼마나 공부했는지를 확인하고, 모르는 부분을 다시 공부할 기회를 주는 거라고, 그래서 틀린 문제 수만큼 초콜릿을 주면서 “이건 배움의 기회야.”라고 말하죠. 처음에는 타인과 비교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자기 내면의 성장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해요. 삶에서 마냥 좋은 순간만 있지는 않을 텐데, 그런 때에도 작은 재미를 찾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아이를 키우며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거 같아요.

예진 탬버린하우스를 시작하길 참 잘한 거 같아요. 일을 그만두고 엄마로서만 살다가 다시 일을 하면서 제 이름을 찾은 느낌이에요. 엄마로서의 삶과 꿈꾸는 유예진으로서의 생활이 반반이 되니까 더 재미있고 풍부해졌어요.

남현 육아에 더 관심을 갖기로 마음먹고 나서, 그루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들어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그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녔거든요. 그루가 어린이집 일상을 세세하게 얘기하거나 공간 에피소드를 말하면, 안에 들어가 봤으니 더 깊이 물어볼 수 있었어요. 그런 경험이 참 좋아서 그 후부터는 그루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요. 청소를 한다거나 고칠 게 있는지 살펴요. 지금 다니는 공부방에 장판을 다시 깔았는데, 그루는 아빠가 고친 거니까 다시 한 번 봐주고, 저도 선생님과 나눌 이야기가 더 생겨요. 공동체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쌓게 되어 좋았어요. 그루와 함께하는 시간과 ‘동네’라는 개념을 갖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어요.

아이의 삶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행복도 소중하게 지킨다고 했어요. 요즘 나를 기쁘게 하는 일, 관심사는 뭐예요?

예진 운동이요. 필라테스를 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아요.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일이나 육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나를 채워주는 것 같아요.

남현 얘기하기 좀 부끄럽지만... 노래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차 안에서 혼자 부르거나 그루랑 함께 노래하기도 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보컬 수업도 듣고 싶어요. 노래를 잘하고 싶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요. 요즘은 자산 투자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고 있는데, 공부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점이 정말 재미있어요.

집을 가족의 역사를 담는 책이라고 한다면, 마지막 장에는 어떤 집을 담고 싶어요?

예진 박물관을 상상했어요. 제 어린 시절처럼 집이 사랑하고 따뜻한 공간임은 분명하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 꿈을 키워가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어릴 때 쓰던 테이블이 여전히 있고 내가 그린 그림이나 내가 만든 것들이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이 배어 있는 집의 모습이길 바라요. 그런 창의적인 자취가 쌓인 공간에서 가족이 다시 모여, 우리가 그 꿈을 향해 어떻게 달려갔는지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남현 저는 그루가 다 성장하고, 우리 집에 놀러 와서 같이 집을 고치는 장면을 상상해요. 제가 어머니 집을 고칠 때 기분이 참 좋았거든요. 그루와 통화하면서 “집에 이거 고장 났어. 같이 고쳐보자.”고 말하는 거예요. 그루가 저 같은 마음으로 집에 와서 함께 고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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