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작곡가를 희망했는데,
선생님들은 성악과를 권유하셨죠. 둘 중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가정에서 극구 반대하셨기 때문에
인문학 전공을 선택했어요. 그 대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밴드를 시작했어요. 과외 선생님이 저보다 네 살 위였는데,
밴드 보컬이었어요. “우리 밴드에 와.”라고 해서 키보드
치고 코러스 하며 밴드에 빠져들었죠. 밴드를 한번 시작하면
나올 수가 없어요. “이 노래 코드 따 와.” 그러면 노래 듣고
만들어 가서 같이 연주하고. 아주 많은 아마추어 밴드를
거쳤어요. 아마추어 밴드는 대학생들끼리 알음알음 팀을
만들어요. ‘베이스 치는 애 소개해 줄게.’ 하거나 서로의
학교에 ‘기타리스트 구함’ 써 붙인다든가 PC통신 시절엔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에서 메탈 동아리, 올드락 동아리
같은 동아리를 결성했어요. 팀을 만들고 6개월 정도
연습해서 공연을 한 번 해요. 다음엔 뭐 할까 할 때쯤이면
한두 명한테 영장이 나와요. 그러면 다시 기타리스트 구함
붙여야 되거든요. 많은 밴드를 거치며 정말 좋은 경험을
했어요. 밴드를 할 때마다 사람들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떨 때는 하드락을 다루고, 어떨 때는 팝을 연주하고, 어떨
때는 메탈 비슷한 걸 만들었죠.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했는데, 모든 경험이 제 자양분이 되었어요. 대학 시절
공부보다 밴드를 더 열심히 했어요. 아, 제일 열심히 한 건
연애네요(웃음). 그렇게 많은 밴드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자우림 멤버들을 만나게 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