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두 분의 초창기 작업물과 작품 세계를 보고, 그림책 관련 활동을 직접 해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전시에서 흥미로웠던 지점이 있다면요?
맥 이 전시가 그림책에 지적인 관심이 있는 성인과 그림책에 애정을 품은 어린이들 모두의 흥미를 끌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두 가지 중 하나만 해내기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이뤄냈다는 게 놀라워요. 특히 벽에 걸려있는 작업물들의 구성이나 전시 안에서 관람객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사려 깊게 기획된 것 같아요. 유희적인 면도 놓치지 않았고요. 이곳에서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며 정말 기뻤습니다.
존 그림책 전시를 열 때는 아주 깨끗하고 딱딱한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전시는 재미 요소가 무척 많고, 그게 저희 작업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작업을 떼어놓고 그 자체로만 봐도 재미있고요. 맥 어제 도형 시리즈 의상도 입어 봤어요. 저는 세모, 존은 네모였죠(웃음). 존 저는 동굴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어요. 무척 깜깜할 것 같네요(웃음). 그리고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을 모티브로 한 털실 집 짓기 활동도 해 봤고요.
재미있으셨겠는데요(웃음). 두 분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작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작업 중에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나요?
맥 물론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가 분명히 있지만, 언성을 높이는 식의 갈등은 없어요. 저희는 언제나 그림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요. 같이 책 작업을 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고, 그게 저희 우정의 기반이에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데요. 이미 서로를 존중하고 있고, 서로의 관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관점이 맞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수월한 것 같아요.
존 협업은 한쪽이 다른 쪽의 영역을 통제하려고 할 때 어렵고 복잡해진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저희는 서로를 신뢰하고 있고, 그림책 안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어요. 각자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도록 믿고 가는 편이에요.
단단한 신뢰가 바탕이 되는군요. 그럼 반대로, 함께 작업할 때 생기는 시너지에 관해 말해 주세요.
존 맥과 저는 밀접한 관계 안에서 협업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작업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작업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너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부분에서 뭔가를 너무 많이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는지, 이 부분은 빼는 게 어떨까, 저 부분을 바꿔보면 어떨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죠. 사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분리되어 있으면 불가능한 일일 거예요. 글 작가는 글만 쓰고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만 그릴 테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훨씬 더 열려 있어요. 제가 맥에게 “이 부분은 이렇게 그릴 건데 글을 이렇게 보면 어때?”라고 하거나 반대로 맥이 저에게 “글을 이렇게 쓰고 싶은데 그림은 이런 방향이 어떨까?”하고 제안하죠. 이런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는, 혼자서 작업할 때는 어느 순간 자기 생각에 잠식되어서 지나치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파트너가 있으면 그런 부분이 완화돼요. 혼자서만 고민할 게 아니라, 상대편이 재미있어하는지 아닌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진짜 테스트가 되는 거죠.
맥 저희는 서로 웃기고 싶어 해요. 존에게 원고를 보내서 재미있어하는지 한번씩 확인하는데요. 존은 정말 재미있으면 바로 메시지를 보내요. 거기서 재미있는 그림이나 레이아웃 같은 것들이 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죠. 그런 역동적인 관계 안에서 작업이 이루어져요. 존 혼자만 웃기다면 정말 재미있거나 아니면 미친 거겠죠(웃음). 둘이 함께라면 미치지 않을 수 있고, 미치더라도 함께 미칠 수 있으니 괜찮아요. 작업을 보여주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돼요. 맥 맞아요. 글 쓰기는 사실 무척 고독할 수 있는 작업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