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38 MY ROLE MODEL

Building Memories

에디터  김수정

포토그래퍼  추정현

어릴 적 덮던 이불의 사각거리는 촉감을 기억한다. 묵직한 무게감과 옅게 밴 옷장의 나무 내음까지도. 푹신한 이불 위에서 꼼지락거리던 가을밤은 어린 시절의 하이라이트처럼 마음 깊숙이 각인돼 있다. 오랜 친구 사이이기도 한 에콘드의 서일주, 윤주민 대표는 가족의 추억을 스케치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들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놓인 에콘드의 조각들이 오래도록 빛나길 바라면서 오늘도 정성스레 추억을 수놓는다.

추억을 수놓는 사람들

서일주 윤주민 에콘드 대표

만나서 반가워요. 두 분이 친구 사이라고 들었어요.

일주 같은 패션 학부였어요. 막상 학교 다닐 때는 지금처럼 친하진 않았지만요(웃음).


주민 서로 친한 친구들이 조금씩 겹쳐서 가까워졌죠. 대학 졸업하고 에콘드를 만들기 전까진 각자 바쁘게 살았고요.

에콘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일주 저는 남성복 디자이너였고요, 윤 실장님은 패션 마케터였어요. 패션계 트렌드가 워낙 빠르잖아요. 시즌 단위로 숨 막히게 돌아가는 생활을 하다가 작지만 색깔 있는 브랜드를 하고 싶어졌죠. 우리만의 보폭으로 말이에요. 마침 둘 다 결혼 1년차이기도 해서 관심이 자연스럽게 리빙 쪽으로 흘러갔죠.


주민 업계의 속도와 방향이 제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와는 달라 항상 뭔가를 놓치고 사는 듯했어요. 알맹이가 없는 것처럼 허전했달까요. 그래서 뉴욕으로 떠나 4년 동안 선교 활동을 하면서 패션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어요. 비주얼 중심으로 사람을 보던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게 비워진 상태로 한국으로 돌아와 서 실장님을 만났어요.

속도와 가치관이 중요한 시작이었네요.

주민 맞아요. 거창하게 시작하기 보다 할 수 있는 걸 돌멩이 놓듯 하나씩 해 나가자는 자세로 출발했죠. 둘이 각각 40~50만 원 정도, 자본금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아주 작은 규모로 말이에요. 웹사이트, 카메라처럼 기본적인 것들만 마련해 놓고 시작했어요.


일주 무엇보다 두 사람의 소신이 중요했어요. 첫 제품은 아기 담요였어요. 뜬구름 잡으면 안 되니까, 저희가 겪는 육아 환경에서 실제로 손이 가고 쓸 만한 제품부터 하나씩 만들어갔어요.

지금은 낮잠이불과 수면조끼가 주력 상품이죠.

일주 아이들한테 잠이 참 중요하잖아요. 자면서 성장하고, 에너지도 받고. 잠에 관해 고민이 많았어요. 낮잠이불 ‘원더랜드’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아이들이 집이 아닌 낯선 공간에서 편안하고 익숙하게 자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제품이죠. 수면조끼도 이불을 차는 아이들이 푹 잘 수 있길 바라며 만들었고요. 고객분들이 디자인에 공감해 주셔서 시그니처 제품이 된 듯해요.

에콘드의 수면조끼를 입히다 보면 디테일에 놀라요. 단추 색깔이 다르다든가 리버서블이 되는 것처럼요.

일주 처음 수면조끼를 만들 때만 해도 어깨에만 단추가 있는 제품이 대부분이었죠. 기저귀 찬 친구들한테는 불편한 디자인이잖아요. 그래서 조끼로 만들었어요. 단추 색을 다르게 한 것도 정신없이 입히다 보면 헷갈리잖아요. 리버서블은 특별히 계획한 건 아니고 소재를 앞뒤 똑같이 만들었어요. 덕분에 아이들도 편하고 엄마들도 입고 벗기기 편하죠.


주민 수면조끼는 활용도에 굉장히 만족도가 높은 걸 느껴요. 심지어는 공항에서도 입히시더라고요. 할머니 조끼 같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받으시나 봐요. 처음에 기획했을 땐 두꺼운 수면조끼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잘 때 땀을 많이 흘리잖아요. 너무 두껍지 않게 만들었죠.

소재에 엄청나게 공들이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주 아기들 피부가 정말 보드랍잖아요. 낮은 단가의 소재도 있겠지만, 최대한 좋은 소재를 쓰려고 해요. 에콘드를 운영하며 세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건강한 소재, 지속 가능한 디자인, 따뜻한 색감이에요. 이 세 가지 원칙 속에서 어떤 위트를 한 스푼 넣을까 항상 고민하죠.


주민 특히 소재는 타협을 못 하는 편이에요. 비싼 과일이 맛있잖아요. 소재도 마찬가지예요. 제대로 잘 만들어서 내놓고 싶어요.

에콘드의 디자인을 보면 유행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아요. 의도한 걸까요?

일주 에콘드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곰돌이 디자인 일색이었어요.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어른이 만들어 놓은 틀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죠. 우리만의 분위기로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애착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세 자매인데, 언니랑 같이 이불을 덮던 기억이 커요. 지금도 본가 장롱을 열면 제가 덮던 꽃 이불이 있어요. 그런 추억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면 좋겠어요. 훗날 봐도 예쁘고 좋은 제품이요. 어디에나 있는 제품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에콘드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패턴이 점점 과감해지고 다양해지는 걸 느껴요.

일주 처음엔 컬러 블록으로 다양한 모티브를 줬다면 몇 년 전부터 패턴을 더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죠. 이건 에콘드 초기부터 계획한 일이기도 해요. 고객 반응도 좋고요. 후기를 보면 가족사진에 저희 패턴이 살짝 들어갔는데도 예쁘고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펼치려 해요.


주민 에콘드는 전체적으로 정제되고 세련된 디자인인데 컬러에서 위트를 주는 편이거든요. 저희 안에 있는 재밌는 요소들을 더 많이 전달하려 해요.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일주 사계절 흐름 속에서요. 제 별명이 자주, 자연주의거든요. 회사 다닐 때도 외근 나가면 구름 보고 멍때리고, 초록 나무들을 보며 좋아했죠. 가끔 정신없고 바쁜 날이면 뒤뜰로 나가요. 라일락 나무가 한 그루 있거든요. 나무를 보면서 조용히 사색하며 마음을 달래죠.


주민 일상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 해요. 운전할 때 보이는 자연의 변화들, 아이들과의 대화, 일상의 크고 작은 것들을 안 놓치려 애쓰죠. 일상을 잘 살아야지 저희 스토리가 브랜드에 담긴다고 생각해요.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수집해서 텍스타일에 반영하기도 하고요. 콘텐츠 면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나 감도 있게 진행하는 캠페인을 보고 있어요.

에콘드의 성장과 함께 고객들의 아이들도 자라고 있어요. 제품군에 대한 고민도 있을 텐데요.

주민 주변의 요청이 많지만, 저희가 잘하는 걸 중심에 두고 영유아 성장에 도움을 주는 제품들을 깊이 있게 전개하고 싶어요.


일주 아무래도 저희가 영유아 제품 중심으로 노하우가 쌓였잖아요. 잘하는 영유아를 중심으로 잡고 가족 아이템으로 넓히고 싶어요. 엄마랑 함께 착용하는 머플러, 가족이 함께 덮는 담요, 아이와 커플로 입는 보온조끼처럼요.

에콘드를 향한 다정한 소신이 느껴져요. 두 분은 어떤 엄마이자 아내인지도 궁금해져요.

일주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이들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냈거든요. 종일 흙 파고 나무 기어 올라가며 신나게 놀죠. 최대한 자연 안에서 많이 뛰어놀게 하고 싶어요. 아내로서는 소신이 있는 편이고요. 도시 지향적인 남편을 설득해 이곳 타운하우스까지 온 것만 봐도요. 남편이 제 방향을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줘서 고맙죠.


주민 저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방향이 비슷해요. 사랑이 무언지 알려주고 삶으로 보여주려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죠. 스스로에게 물어도 나 잘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고요. 에콘드도 그냥 비즈니스로만 생각하진 않아요. 저나 서 실장님 모두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거든요. 좋은 삶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어요. 에콘드의 팀원들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성장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서로에게는 어떤 동료이자 친구인가요?

일주 동업자라기보다 인생의 동반자죠(웃음).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각자 잘 펼칠 수 있게 지지하고 도와주는 존재예요. 그런 점이 에콘드에도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윤 실장님은 가시밭길도 기꺼이 함께 걷겠다고 이야기해 준 친구예요. 항상 고맙고 든든해요.


주민 4년 전 갤러리에서 미국 화가 알렉스 카츠의 ‘굿모닝’이라는 작품을 봤어요. 나무배에 여자 둘이 타고 있는 모습이 꼭 저희 같았죠. 서 실장님은 저한테 친구, 동료 이상의 관계예요. 소중해서 지켜주고 싶은 존재죠.


일주 처음부터 이런 마인드는 아니었어요.


주민 맞아요. 10년간 진하고 깊어졌죠. 매일 아침 일어나 일상에서 노를 젓잖아요. 같이 젓기도 하고, 각자 젓기도 하고.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관계예요.

마치 부부 같은데요(웃음).

주민 오늘 사진 촬영하며 리마인드 웨딩하는 기분이 들더라니까요. 남편이 저희 둘이 살라고(웃음).


일주 에콘드에서 저희는 부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남편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사이군요. 비결이 궁금해요.

주민 결정할 때 감도가 다르면 의견이 흩어지는데 저희 둘은 그 접점이 좋아요. 아무리 친구로 잘 맞아도 일하는 건 다른 문제잖아요. 두 사람의 취향과 방향이 같죠. 또, 제가 마케팅 파트를 맡고 서 실장님이 디자인의 중심을 잘 잡아줘서 균형이 맞는 것도 중요한 듯해요.


일주 맞아요. 역할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어요. 만약 한 사람이라도 ‘나도 저거 하고 싶은데....’라는 마음이었다면 싸웠겠죠.

10년의 시간이 쌓여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나요?

일주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 좋은 영향력으로 울림을 주고 싶어요. 그리고 에콘드를 잘 나타낼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고객들이 아이와 함께 와서 편안하게 책도 읽고, 따뜻한 커피도 내려 마시는 공간을 상상해요. 에콘드의 제품을 직접 만지고 체험해 볼 수도 있고요. 사업 초반부터 상상하고 꿈꾸던 것들이 모두 실현됐거든요. 디테일하게 꿈을 꿀수록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끌어당길 거라고 생각해요.


주민 에콘드가 집에 대한 이미지가 크잖아요. 자연으로 둘러싸인 집 모양의 공간을 꾸리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이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늘 생각하고 있죠.

에콘드가 고객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면 좋을까요?

일주 어린 시절의 사진 한 장이 가족 모두에게 오랫동안 울림으로 남잖아요. 에콘드가 그런 울림이 되어주고 싶어요. 가족의 특별한 순간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어요.


주민 에콘드는 가족의 추억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이걸 매 순간 잊지 않으려 해요. 1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에콘드만의 깊이와 사랑이 커졌어요. 가족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하는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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