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용감하고 다정하게’라는 단어를 추구했어요. 한 작가님을 인터뷰하던 날, 핵심가치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거든요. 아니 이렇게 명확하다고? 모든 일은 나를 바로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구나. 나는 어떤 가치와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평소 의미 있게 여긴 단어 20여 개를 종이에 나열했어요. 비교적 덜 중요한 키워드를 신중하게 지워갔죠. 끝까지 살아남은 단어가 ‘시도’와 ‘다정’이에요. 엄마가 된 이후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나라는 개인에서 사회로 눈을 돌리게 되었거든요. 이루고 싶은 게 많은 자아와 엄마라는 상황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용감하고 다정하게’라는 언어를 낳았어요. 누구보다 나에게 자주 말해주고 싶어서 보이는 노트마다 썼어요. 다이어리와 연필에 새겼고,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도 적었죠. 네 살 아이한테도 말했어요. “엄마는 용감하고 다정하게 살 거야. 매거진에 용감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모아 세상에 전할 테야.”
자주 말했기 때문일까요? 매거진을 만들며 꼭 하나씩 새로운 시도를 했고, 다정한 응원을 담으려 애썼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 잘하는 사람들과 재능의 크기를 비교하는 일이 줄었고, 나에게 맞는 속도로 지속하는 힘이 자라났어요. 그 힘으로 조금 더 멀리 가보고 싶어 졌어요.
가끔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되고 싶은 나’를 구체적으로 그려봐요. 내 안의 열망이 길을 보여 줄 거예요. 줌파 라히리의 단편집《로마 이야기》에 ‘모든 갈망은 결정이 된다.’는 문장이 나와요.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열망해요. 그리고 갈망은 현실을 결정하죠. 언젠가 되고 싶은 것을 정했다면 올해 하고 싶은 일,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매일의 작고 큰 바람이 모여 되고 싶은 내가 된다고 믿어요.
맑게 갈망하고 짙게 추구하는 가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