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5 TOY

Über Schmetterlinge 

에디터  김현지

자료 협조  범우사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탐닉했던 취미가 있다. 그것이 땅에 굴러다니는 수많은 돌멩이를 모으는 일일 수도, 문방구에서 산 우표나 구슬, 연필을 모으는 것일 수도 있다. 감탄에서 출발한 수집이라는 행위는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세계가 되기도 한다.

나비와 

첫 만남 


헤르만 헤세가 정원을 가꾸고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삼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외에 다른 어떤 것보다 그의 어린 시절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나비 수집이었다.

“이 아득한 시절의 몇 안 되는 기억 가운데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렬하고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저장된 것은 나비를 볼 때마다 솟구치던 숨 막히고 가슴 두근거리는 환희였다. 나는 어린아이의 예측할 수 없고 잔인한 성정에 따라 그 고결한 동물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모자를 툭 던졌다. 녀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우아하게 사뿐 날아올라 황금빛으로 어른거리는 한낮의 대기 속으로 사라졌다.”

– 헤르만 헤세, 《헤르만 라우셔》


조금 더 자라 열 살 무렵이 되었을 때, 나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나비에 매료되었다. 나비를 잡으러 다닐 때면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채집통에 빵 하나만 챙겨서 밤낮으로 나비를 찾아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다. 액자식 구성의 소설 <공작나방>에서 하인리히모어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는 훗날 한 편지에서 밝혀진 대로 헤세의 경험이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예쁜 나비를 보았을 때 그것이 특별히 드문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거라네. 햇빛 내리쬐는 꽂가지 위에 나비가 앉아 있거나 숨을 쉬며 천연색의 날개를 이리저리 움직일 때, 내가 살금살금 다가가 번쩍이는 빛의 점이나 투명한 날개의 혈관 또는 깨끗한 더듬이의 갈색 수염을 볼 때의 느낌은 그 이후의 생활에서는 거의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운 기쁨과 거친 욕심이 혼합된 긴장과 희열이었다네.”

– 헤르만 헤세, <공작나방>, 《나비》

수집이라는 

욕망 


나비 수집에 대한 열망은 자라면서 점점 더 커졌다. 나비 수집 케이스가 없었던 그는 종이 상자를 접어서 코르크 병마개를 바닥에 붙이고 종이벽을 구부려 나비를 보관할 정도로 수집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비 수집에 크나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사건이 생긴다. 평소 시기심과 감탄의 대상이었던 동급생 에밀이 공작나비를 잡았다는 소문을 듣게 된 것이다. 희귀한 것에 대한 호기심에 에밀의 집으로 가게 된 그는 열려있던 친구의 방에서 공작나비를 본 순간 이성을 잃고 나비를 집어 들고 방을 나온다. 인기척이 들리자 나비를 훔쳤다는 죄책감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나비를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놓으러 갔지만 나비는 이미 부서지고 난 후다.

“도둑질을 했다는 감정보다 내가 부서뜨린 이 아름답고 희귀한 것을 볼 때 내 가슴은 더욱 아팠다네. 내 손가락 위에 그 부드러운 갈색의 날개 비늘이 묻어 있는 것과 부서진 날개가 놓여 있는 걸 보니 마치 모든 소유물과 기쁨을, 다만 그것들의 전적인 가치를 재인식하기 위해 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

– 헤르만 헤세, <공작나방>, 《나비》


이 사실을 고백했을 때 에밀은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대신 “넌 원래 그런 애.”라며 냉랭한 눈초리로 경멸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나비들을 주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처음으로 한 번 결단 난 일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날 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수집한 나비 표본들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문질러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고요한 

관찰자 


이 일과 더불어 헤세는 오랫동안 나비 수집에 대한 욕구를 잊고 산다. 성인이 되어 우연히 방문한 프레다에서 ‘엔토몰로그’라 불리는 나비채집가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수집에 대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한 덕에 알프스불나방을 둘러싼 수집가들의 아이러니를 목격했다. 그는 목표가 특수할수록 더욱 맹목적인 열정에 빠지고 객관적인 사실에 눈이 멀어진 수집가들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들 중엔 평소에는 호감을 갖고 사귈만한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이곳에서는 서로들 자기들의 목표에 지나치게 정열적으로 몰두하여 광적으로 지내기 때문에 그런 일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희귀종을 잡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기 동료에게 그것을 발견한 장소를 엉뚱하게 일러주게 마련인데, 그러면서도 동료 중 한 사람이 자신의 뒤를 몰래 밟아 그 장소를 알게 된다는 것을 모른다.”

– 헤르만 헤세, <알프스불나방>, 《나비》


나비 수집가들의 채집에 동행했다가 모두 허탕만 치고 돌아온 날, 헤세는 운 좋게 숙소에 날라 들어온 알프스불나방을 보게 된다. 그는 나비를 잡지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아름다움을 지켜보다 불을 껐다.

이후 헤세의 아이들이 나비를 채집할 나이가 되자 그의 어린 시절 열정도 불꽃처럼 되살아났다. 아이들의 나비 사냥에 따라나서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고, 아들들은 훗날 아버지와 함께했던 나비 원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얼마 후 처음으로 나비 컬렉션을 만들었고, 인도네시아 여행 뒤에는 그 수집이 더 풍성해졌다. 사십 대가 되자, 헤세는 나비 자체의 다양성에 관심을 두며 마침내 고요한 관찰자가 된다. 더는 나비를 좇지 않고, 나비가 발산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며 행복을 즐겼다.

수집의 

의미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대상은 바뀌지 않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방식은 바뀌게 마련이다. 수집은 최후의 것까지 모두 소유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대지를 천천히 걸어가며 그 대상에 대해 관조적인 자세로 즐기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다. 대상을 향한 애정은 시간이라는 양분을 얻으며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인생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헤세와 나비는 닮은 면이 많다. 그는 모든 반짝이는 것들에 대한 덧없음을, 고정된 진리와 기준에 대한 의심을 삶의 가치로 삼으며 자랐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글은 바람 속 나부끼는 나비의 움직임과 다르지 않다.


“묘사나 그림으로 또 사색이나 서술로써도 충분치 않듯이, 그 날개의 적갈색과 보라색 그리고 회색의 바탕 속에서 신의 창조물이 지닌 온갖 비밀이, 온갖 신비와 저주가 표현되고 있고 그 비밀은 우리를 천의 얼굴로 주시하고 있으며, 반짝이다가는 이내 꺼진다. 그리하여 그에 대하여 아무것도 우리는 규정할 수 없다.”

– 헤르만 헤세, 《여름과 가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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