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와중에 시간 내줘서 모두 고마워요. 먼저, WEEDI의
출발에 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해요. 다들 어떤 마음으로
WEEDI를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미지 코로나가 심할 때였어요. 아기가 막 돌이 지났을 무렵이었는데, 워낙 엉덩이가 가벼운 사람이라 집에만 있기 힘들었죠. 그러다 WEEDI 1기 모집 공고를 본 거예요. 첫 오프라인 회의 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기 낳고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혼자 한 외출이었거든요. 연남동 지하도를 지날 때마다 그때 그 마음이 다시금 떠올라요. 오늘도 그날이 생각났어요.
현지 맞아. 미지 씨는 연남동 지나갈 때마다 들러서 뭘 주고 가곤 했어.
미지 너무 자주 연락드리면 계속 나오셔야 하니까 연락을 줄여 나갔죠(웃음).
현진 줄곧 내 것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어요. 프리랜서로 일을 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해야 하니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안 해본 걸 질러보던 시기였죠. 집단에 소속되어 본 적이 없어서 WEEDI도 당연히 안 될 줄 알았어요. 면접도 난생처음 봤거든요. 줌으로 봤는데, 브런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일하느라 땀에 절어 있어서 급하게 집으로 가 앞머리만 대충 감고 셔츠로 갈아입었어요. “아, 내 인생 너무 재밌다.” 하면서요(웃음).
현지 아, 그런 비하인드가!
은진 저도 비슷했던 게 아기 낳자마자 코로나가 시작됐어요.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가는 생활을 2년 정도 하다가, 그사이 나름 아이와 갈 만한 곳들을 다녔죠. 공신력 있는 곳에 이 내용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wee 체험단인 WEEBEE에 선정돼 열심히 리뷰했고, 곧바로 WEEDI 3기 모집 공고가 올라와서 지원했죠.
편집장님은 어떤 마음으로 WEEDI 커뮤니티를 꾸리게 된
거예요?
현지 wee는 종이 잡지를 통해 가정을 꾸리기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왔어요. 매 호 가족의 삶과 밀접한 주제를 정해서, 살고 싶은 방식을 시도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요. 인터뷰이들뿐 아니라 모든 가족에게는 저마다의 상황에서 선택한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고 믿기에,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이드를 주고 밖으로 끄집어내 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매거진 너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WEEDI 커뮤니티에서는 따뜻한 소속감이 느껴져요. 다른
곳에는 없는 WEEDI 커뮤니티만의 매력은 뭐예요?
현진 개인이 가진 것을 더 빛나게 해주는 분위기예요. 회의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첫 회의 때 정말 긴장했거든요. 그런데 말 그대로 환대를 받았어요. 아, 환대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됐죠. wee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도 환대, 다정이에요.
미지 맞아요. 저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따뜻함이에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어쩜 이렇게 다정한가 싶어요.
현지 오그라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미지 전혀요! wee 안에는 따뜻한 수용과 무언의 신뢰가 있어요. 제가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하면 항상 “해보세요!”라고 응원해 주세요. 조직에 소속되어 뿌듯함과 자신감을 느낀다는 건 드물고 어려운 일이잖아요. 억지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wee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은진 모두 공감해요. 엄마의 취향을 많이 억누르고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게 육아의 어려움이기도 한데, 같은 취향을 나눌 수 있는 그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껴요.
현진 제가 wee 모임만 다녀오면 남편에게 충만한 감정을 느끼고 왔다고 조잘조잘하거든요. 남편이 wee가 무슨 종교라도 되냐고. (일동 웃음) 어떻게 충만이라는 단어가 나오냐고 해요. ‘아멘’이 아니라 ‘위멘’이라고요(웃음).
이렇게 비슷한 마음씨와 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에요. 편집장님만의 사람을 보는 기준 같은 게
있나요?
현지 저도 신기해요. 몇 가지 질문으로 wee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거 말고는 직감을 따르는 편인데, 4년여를 돌아보니 기준이 있긴 하네요. 엄마 중에는 아이를 키우는 지금이 행복하지만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 불안한 이들이 많아요. wee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발견, 시도, 연결’이거든요. 사소한 일상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사람, 나답게 시도하고 행동하고 싶은 사람을 환영해요. 다정한 태도를 가지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면 좋고요. 콘텐츠 에디터로서의 기준은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비슷한가예요. 매거진은 단행본과 달리 텍스트와 이미지가 하나의 덩어리로서 균형을 이루어야 하거든요.
은진 씨는 wee에서 가장 많은 역할 변화가 있었죠. WEEBEE에서 WEEDI로, 37호부터는 마케터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기분이 어때요?
은진 지난해 편집장님과 새로운 시도와 변화의 시작점을 마케터로서 함께했어요. 편집장님은 어떻게 보면 상사이기도 한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어요. 서로 배려하는 거리를 잘 유지하면서 든든한 동지애를 갖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을 얻었다는 느낌이 커요.
현지 저는 누군가의 경력보다는 이 일을 할 만한 성향의 사람인지 먼저 살펴보거든요. 마케터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은진 씨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어요.
은진 손 편지를 써 주셨죠.
현지 어머 내가 그랬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요(웃음).
은진 작은 선물과 함께 주셨어요. 업무 이야기는 그다음에 했고요. 제가 마케터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먼저 주셨어요. 그리고 마케터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죠. 편집장님이 평상시에 질문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어떤 질문들을 하나요?
은진 스스로 영감을 받은 질문이 있으면 지인에게 물어보고 답 듣는 걸 좋아하세요. 가령, 자신을 한 단어로 말하면 무어라 말할 거냐, 같은 질문을요. 일상생활을 하며 누가 이런 질문을 해줘요. 쉽지 않잖아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또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되죠. 주변 세계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야 좋은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질문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거죠. 편집장님의 그런 결이 매거진에도 고스란히 담기고, WEEDI를 꾸려 나가는 데도 영향을 끼치는 듯해요.
현지 저는 은진 마케터와 WEEDI들이 피드백 주는 게 참 귀해요. 경력이 쌓일수록 편하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어느 날 WEEDI 줌 회의를 마치고 은진 씨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본인이 관리자라면 저처럼 이야기를 안 했을 것 같은데 하나 배웠다고요. 그러면 저는 ‘아, 그랬구나. 이런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계속해 줘야지.’ 하면서 행동을 돌아보게 되죠.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존재들이에요.
은진 공개된 자리에서 내 글을 평가받고, 평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편집장님이 리뷰해 주시는 방식에 늘 감명받아요. 저 같으면 또렷하게 말하기 위해 직설적인 단어를 쓸 듯하거든요. 편집장님은 같은 이야기라도 부드러운 단어로 어떤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게 얘기하세요. 그게 참 좋아요.
현지 내가 그런지 몰랐어요.
현진 편집장님을 만나고 다정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전에는 오글거린다고 생각했거든요. 편집장님이 피드백을 준 모든 대화에서 다정의 힘을 느껴요. 저는 말투가 톡톡 튀는 편인데, 편집장님을 보며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느끼죠.
wee를 만나고 달라진 부분이네요. 다른 분들은 어때요?
wee에서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궁금해요.
은진 저는 늘 제가 이성적이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편집장님이 태도에 배려와 친절함이 있으면 차가운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덕분에 저 자신을 수용하고 인정하게 되었죠.
미지 다정함 안에 있으니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또 다른 변화는 글을 정리해서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SNS에 글을 올리더라도 다시 돌아보고, 정리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고요.
현진 wee그림책잔치에서 고수리 작가님 글쓰기 수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저 혼자 울었어요. 마음이 쭈글쭈글하던 시기여서 글도 참 우울했거든요. 누구라도 한 명은 울겠지 했는데 아무도 안 울었어. (일동 웃음) 엄청 부끄러웠는데, 울고 나니 정말 후련한 거예요. 그걸 계기로 매일 아침 일어나 글을 썼죠. 점점 제 마음의 주름들이 펴지는 걸 느꼈어요. 확실히 wee를 만난 후로 남이 가진 걸 부러워하기보다 제가 가진 것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감사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