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건 대학 때부터인데요,
한창 미니멀리즘에 빠져서 힘 빼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거든요.
공간을 표현하는 제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수단에
심취해서, 다른 형태는 안 쓰고 점, 선, 면으로 표현하곤
했어요. 식탁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림의 제목이 ‘균형’인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학부 시절, 6개월 정도
고민하면서 완성했죠.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연구하고 깊이 몰입하면서 작업했어요. 미니멀 아트 작업을
하다가 대학원을 영국으로 갔는데, 눈에 보이는 이미지들이
더 다채롭더라고요. 점이 커지면서 동그라미가 되고,
네 선이 모이면 네모, 세 선이 모이면 세모가 되잖아요.
면으로 표현하고 싶은 게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도형으로
넘어갔고, 조금 더 선명한 색깔을 쓰게 됐어요.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밖으로 더 발산해야 하는 분위기라
색을 쓰는 일이 더 잦아졌고, 저한테 기대하는 그림들이
생겨나면서 현재의 작업들이 나타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