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11 LIBRARY

유대인의 교육법과 하브루타 토론 

에디터  이다은

글  심정섭

일러스트레이터  최인애 

유대인의 교육 원리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가정 중심의 교육’, ‘소통 중심의 교육’이다. 교육의 출발점이 학교나 회당(교회와 비슷한 종교적 모임 공간)이 아니라 가정이다. 안식일 가정 식탁과 아버지와의 1:1 토론 교육이 중심이고, 학교와 회당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1:1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소통 중심의 교육이 된다. 그중에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하브루타’ 토론은 질문과 답변 중심의 1:1 토론이다. 하브루타는 히브리어로 ‘친구’ 라는 의미의 ‘하베르’에서 온 말로 1:1로 짝을 지어 토론하며 공부하는 ‘토론 짝’을 말한다. 이는 유대인의 경전인 토라(모세오경)와 탈무드를 공부하기 위해 둘씩 짝을 지어 토론하는 전통에서 유래 되었다.

왜 유대인은

‘하브루타’로 공부할까

‘하브루타’라는 토론 방법론에 주목하기 전에 유대인은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유대교는 공부를 통해 종교적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종교다. 유대인이 공부에 집착하게 된 시기는 기원전 587년 남 유다의 멸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벨론 제국에 의해 예루살렘과 성전이 파괴되고, 많은 사람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는 민족적 비극을 겪었다. 당시 유대 지도자들은 이전의 북 이스라엘과 이번 남 유다의 멸망이 그들의 경전인 토라의 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반성을 했다. 그리고 70년 후 바벨론 포로에서 다시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이제부터는 토라에서 금하고 있는 우상숭배를 철저히 배격하고 온전히 토라 계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그리고 토라 계명을 어떻게 해야 잘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토라 계명 중에 안식일에는 일을 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음식을 만드는 것은 일인가? 물건을 옮기는 것은 일인가? 불을 켜는 것은 일인가? 다른 민족이나 문화권이 보기에는 시시콜콜한 문제 같지만, 유대인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였다. 실제 토라 계명에 따르면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람은 공동체에서 쫓겨나고 죽임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명을 상징적으로 생각하고 느슨하게 지키려고 했다가, 민족의 처절한 멸망을 경험한 유대인은 새롭게 시작한 역사에서 좀더 철저히 계명을 연구하고 지키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런 철저한 연구를 위해 필요한 것이 질문과 토론이었다. 위에서 본 대로 먼저 계명의 주요 개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어떤 것은 허용되고 어떤 것은 허용되지 않는지에 대한 세세한 질문을 해야 한다. 대충 알아서 지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진정한 하브루타는

인성 하브루타

바로 여기에 하브루타의 핵심이 있다. 먼저 제대로 된 하브루타를 하기 위해서는 하브루타를 통해 공부하는 교재나 텍스트가 이른바 ‘죽고 사는 문제’를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좀더 순화해서 말하면 ‘나는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종교 경전이나 역사, 문학, 철학과 같은 인문학 텍스트여야 한다. 어떻게 부모와 자녀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많은 가정이 보편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주제인 우리 역사를 예로 들어보자. 아래는 고구려 주몽 이야기를 바탕으로 초등학교 4학년 아이와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선생님(부모) 오늘 주몽 이야기를 보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이었니?

수진 주몽이 너무 유명해지니까 형들이 시기해서 말 보는 일을 맡겼는데, 그 일을 잘 견디고 오히려 좋은 기회로 만들어서 나중에 나라를 만든 거요.

선생님(부모) 그래 나도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혹시 수진이는 지금까지 지내면서 너무 힘들고 어려운 때가 언제였니?

수진 음, 글쎄요? 아, 엄마가 빨래 개라고 시킬 때요.

선생님(부모) 아, 우리 수진이는 엄마가 빨래 개라고 시킬 때가 힘들었구나. 그런데 엄마를 도와서 빨래 개는 건 좋은 일인데 왜 그때가 힘들었을까? 하기 싫은데 시켜서 그랬니?

수진 아니요. 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엄마가 짜증을 내면서 빨래 개라고 자주 그래서요.

선생님(부모) 엄마가 짜증 내면서 무언가를 시킬 때가 힘들구나. 그럼 엄마는 왜 짜증을 낸다고 생각하니?

수진 저나 제 동생이 말을 안 들어서요.

선생님(부모) 수진이랑 동생이 말을 안 들을 때가 많아서 엄마가 짜증이 나는구나. 그러면, 수진이라도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엄마가 짜증을 좀 덜 내시지 않을까?

수진 네. 그럴 것 같아요.

선생님(부모) 그래. 그럼 수진이가 가능한 엄마 말을 잘 듣고 엄마도 수진이에게 친절한 말로 부탁하면, 수진이가 힘들게 생각하는 때가 훨씬 줄어들겠구나.

수진 그리고 동생이 까불 때가 힘들어요. 나이도 어린데 언니라고 안 부르고 “야!”라고 하고 말을 안 들어요.

선생님(부모) 아, 수진이는 동생이 “야!”라고 부르고 말을 안 들으면 힘들구나. 그럼 그럴 땐 어떻게 하니?

수진 저도 화를 내고 자주 싸워요.

선생님(부모) 그래 그렇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나는 최근에 다른 사람들이 내 감정을 해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할 때 대응하는 좋은 방법을 하나 배운 게 있는데, 수진이도 한번 적용해 볼래?

수진 그게 뭔데요?


선생님(부모) 바로 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방법이야. 예를 들어, 네가 지나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야 꼬마야!”라고 무례하게 부르면, “저 꼬마 아니거든요.”이렇게 화를 내기보다는 친절하게 “아저씨 혹시 저를 꼬마라고 부르셨어요?”라고 그대로 반복해주는 거지.

수진 그럼 그 사람이 더 화내지 않나요?

선생님(부모)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친절하게 진심을 담아 얘기해야지. 핵심은 저 사람이 나한테 던진 말을 그대로 받지 말고, 다시 돌려주는 거야. 나는 이런 식으로 최대한 다른 사람이 한 부정적인 말에 영향을 받지 않는 훈련을 하고 있는데, 수진이도 한번 연습해보면 좋을 것 같아.

수진 네, 한번 해볼게요. 


이 대화를 보면 주몽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나의 어려움을 나누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로 어렵지 않게 이어진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가 묻어 두던 마음속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 이런 대화 양식을 3자 대화라고 한다. 대화 양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일방적인 훈계와 잔소리다. 둘째는 일상에 대한 소소한 수평적인 대화인데 이런 대화는 5분을 넘기기가 힘들다. 마지막이 위에서 본 것처럼 하나의 책이나 주제를 놓고 서로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3자 대화다. 이런 대화를 많이 하면 잔소리나 훈계 없이도 아이들이 스스로 삶의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유대인은 가정에서 이런 대화를 실천한 것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의 옛 명문 사대부 가정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집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논어를 읽었다. 아버지는 바깥일을 보고 돌아와 아들에게 오늘 공부한 내용을 외워보라고 하고, 아들이 공부한 내용을 주제로 토론을 한다. 그 이야기 가운데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며 부모와 자녀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중심이 없다. 물론 부모부터가 그런 교육을 받아보지 않았기에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연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미래 교육에 대한 대비도, 가정에서의 올바른 부모-자녀간의 소통도 힘들기 때문이다. 


교실현장에서도 세부 과목 공부에 하브루타를 적용하기 전에 먼저 토론해야 할 주제가 바로 ‘나는 왜 공부하는가?’이다. 왜 국어를 해야 하고, 왜 영어를 해야 하고, 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깊이 있는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이런 질문은 결국 나는 왜 살고, 왜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문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인문학적인 질문의 연습이 바탕이 된 다음 실용 지식 차원의 공부에서도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고, 1:1 로 토론하는 하브루타식 방법론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인성 하브루타를 위한

5가지 준비

1 가족을 위해 떼어놓은 시간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고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와 질문을 할 수 있으려면 여유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정해놓고 숙제하듯이 하브루타를 하면 아이도 불편하고 부모도 쫓기는 기분이 된다. 


2 먼저 부모가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

먼저 이런 인문학적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매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부모도 이런 공부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다. 평생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부를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토론하며 같이 하는 것이다. 


3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성 하브루타 공부에서는 하나의 정해진 정답이 없다. 왜 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아이에게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우리만의 답을 찾아간다는 마음과 아이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4 매년 같은 주제와 내용을 반복할 수 있는 텍스트가 있어야 한다.

종교 경전이나 역사, 문학, 철학 같은 인문학 텍스트를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다. 인문학 텍스트는 가능한 어린이용 교재가 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5 같이 하는 공동체가 있으면 좋다.

가족끼리만 하다 보면 게을러지기 쉽다. 함께할 가정을 찾아 꾸준히 하브루타를 진행하다보면 다른 가정의 모습에서 배울 점을 찾고 서로 격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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