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23 ANIMATION

When The Movie Is Over 

에디터  이다은

ⓒ마당을 나온 암탉 ⓒ코코 ⓒ인사이드아웃 

아빠와 처음 극장에 갔을 때 나누던 대화는 어렴풋하지만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함께 본 영화와 거기서 나오는 여러 갈래의 이야깃거리가 우리의 대화를 잇고 기억하게 했으므로.

언젠가 아빠와 나누던 대화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는 생쥐 ‘스튜어트’가 인간인 리틀 가족에게 입양되어 진짜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스튜어트 리틀>이다. 그때는 몇 날 며칠 그 영화 이야기만 할 만큼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스튜어트가 하얀색이었다는 것, 안경 쓴 모습이 귀여웠다는 것, 고양이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 정도만 기억난다. 그리고 또 하나, 아빠와 손을 잡고 극장에 간 기억은 선명하다. 극장까지 간 걸 보면 내가 꼭 보고 싶은 영화라고, 티브이 말고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고 졸라댔을 확률이 높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줄을 서서 표를 끊고, 팝콘을 사고 영화 시작 전에 와그작와그작 반 통을 비워냈을 것이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처음 맡아본 극장 냄새와 처음 앉아본 극장 의자, 공간 전체를 울리는 소리는 기분좋게 생경했다. 


영화는 재미있었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아빠와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상영 내내 귓속말로 “아빠 쟨 왜 저렇게 쟤를 괴롭히는 거야?” “스튜어트가 정말 힘들겠다.”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걸 꾹 참았기 때문에 나는 극장 불이 켜지자마자 두서없이 아무 말이나 떠들어댔다. 우리가 다시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런 말도 했다. “아빠. 나도 강아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주제와는 저만치 동떨어졌지만 평소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걸 알았던 아빠는 차근차근 물었다. 왜 강아지 동생을 갖고 싶은지, 강아지 동생이 생기면 네가 얼마나 많은 일들을 책임지고 해야하는지. 아빠에게 설득되어 강아지 동생은 나중에 갖기로 일단락되었지만 한 편의 영화에서 시작된 대화는 꼬리의 꼬리를 물고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내 엉뚱한 질문들에 아빠는 모든 걸 바로 알고 대답해 주었을까? 아빠가 내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나는 단번에 이해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만의 정답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대화를 통해 유의미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이와 볼 영화를 고르고, 극장이든 거실이든 일단 함께 보면 된다. 영화가 끝나고 머릿속에 한 장면 한 장면이 아주 생생하게 남아 있을 때, 툭하고 살짝만 건드려 주면 아이는 머금고 있는 말을 하나둘 뱉어낼 것이다. 그리고 다 자라서도 그 대화를 아주 조금은 기억할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가족│한국 

양계장에서 알만 낳던 암탉 ‘잎싹’이 양계장을 탈출해 마당으로, 더 큰 세상으로 나가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일련의 사건으로 청둥오리의 알을 품은 잎싹은 알을 깨고 나온 ‘초록이’를 아들로 맞이하고, 그날 이후로 초록이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서로 다른 모습이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차별을 뛰어넘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꿈을 이룰 용기 

다른 닭들이 부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저항 없이 알을 낳을 때, 제 알을 품고 싶던 잎싹은 마음속으로 양계장에서 탈출해 마당으로 나갈 것을 다짐했고 실행에 옮겼다. 한편, 초록이는 습지를 찾아온 청둥오리 떼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배척하려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파수꾼 선발대회에 참가한다. 잎싹과 초록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을 품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이는 이들의 용기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다름을 인정하는 법 

마당의 터줏대감인 암탉들과 수탉, 오리들은 잎싹을 양계장에서 나온 암탉이라며 자신들과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다. 초록이 역시 점점 자라면서 자신과 생김새도 다르고 헤엄칠 줄도 모르는 엄마와 거리감을 느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급기야 분노를 쏟아낸다. 하지만 결국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잎싹을 보며 진짜 사랑을 깨닫는다. 자라온 환경과 태어난 나라, 피부색이 다른 친구를 봤을 때 아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가가야 좋을지 이야기해 보자.

부모는 안전한 둥지 

초록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 잎싹은 초록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다치지 않게 보호자처럼 지켜 주고, 조잘대는 이야기를 친구처럼 들어 주었다. 초록이가 파수꾼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아무 의심 없이 지지해 주었다. 부모라는 둥지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걸 알고 있을까? 부모는 아이에게 탄탄한 둥지가 되어주고 있을까?

코코
리 언크리치│모험│미국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죽은 자의 날’에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 ‘미구엘’이 최고의 뮤지션 ‘델라크루즈’의 기타를 훔치면서 죽은 자의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헥터’와 서로 돕기로 약속하고 해가 뜨기 전까지 이승으로 돌아가려 하는 미구엘. 그들의 짧고 굵은 여정 속에서 가족의 따뜻함과 기억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의 힘 

대대로 신발을 만들어오는 미구엘의 집안에서는 음악이 금기시된다. 고조할아버지가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 남몰래 뮤지션을 꿈꾸는 미구엘만이 음악의 힘을 알고 있다. 죽은 자의 세상에서 헥터가 죽어가는 친구에게 위로를 전할 때도, 미구엘이 ‘마마 코코’의 기억을 되살리려 할 때도 음악은 커다란 힘을 발휘했다. 음악은 우리 삶에 또 어떤 역할을 할까? 아이에게 음악만큼 큰 의지가 되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의 소중함 

죽은 자의 세상에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두 번째 죽음이 있다. 이승에서 죽은 사람을 기억해 주는 이가 한 명도 남지 않을 때 그들은 완전히 소멸되고 만다. 무언가를 기억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보답할 수 있고, 약속을 기억하면 언제든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누구일까?

죽음에 대한 물음 

영화 속에서 죽은 자들은 이승과 연결되는 아름다운 꽃길을 사이에 두고, 이승에서와 다를 바 없이 즐겁게 살아간다. 죽음 뒤에 그렇게 멋진 세상이 있다는 상상은 아이가 아닌 어른들에게도 안도감을 준다. 아이들이 죽음과 죽음 이후의 일에 관해 물을 때, 적절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대답 대신 이 영화를 함께 보며 저마다의 세상을 상상해 보자.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모험│미국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감정을 관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존재한다는 가정으로, 열한 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기쁨이’와 ‘슬픔이’의 본부 이탈로 감정의 큰 변화를 겪는 라일리는 어떻게 다시 마음을 추스리게 될까? 핵심 줄거리 외에도, 추상적으로 생각하던 기억과 감정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아이와 나눌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각자의 성격 섬 

열한 살 라일리를 라일리로 만드는 것은 다섯 개의 성격 섬이다. 가족 섬, 우정 섬, 정직 섬, 엉뚱 섬, 하키 섬. 이 섬들이 모여 라일리의 인격체를 형성한다. 성격 섬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억인 핵심 기억에서부터 연결되고, 연령이 바뀌면서 하나둘 다른 섬이 추가되기도 한다. 지금 아이의 머릿속에는 성격 섬이 몇 개나 자리하고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섬을 만들어 나갈까?

슬픔의 가치 

라일리의 상상 친구 ‘빙봉’의 로켓이 기억 쓰레기장에 떨어졌을 때, 절망한 빙봉에게 기쁨이는 잘될 거라는 말로 슬픔을 빨리 떨쳐내기를 바랐다. 반면 슬픔이는 축처진 비봉의 옆에 앉아 “로켓을 빼앗겨서 안됐다.” 하고 공감하며 손을 잡아 준다. 빙봉은 그제야 라일리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슬픔이에게 안겨 펑펑 운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이 한 장면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아이가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야기 해볼 수 있다.

복합적인 감정들 

기쁨이와 슬픔이가 우여곡절 끝에 본부로 돌아온 후, 라일리도 엄마, 아빠에게 참아온 감정을 내보인다. 그 기억은 기쁨이의 노란색과 슬픔이의 파란색으로 뒤섞여 핵심 기억으로 남는다. 라일리가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듯이 우리는 모두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아이가 혹시 이런 사실을 모르고 혼란스러워하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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