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가지고 노는 물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연에서 스스로 그걸 찾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장난감을 통해서만 놀이가 되는 아이도 있다. 처음 부모가 되어 아이가 가지고 놀 물건을 고민한다. 나 역시 아이에게는 장난감을 쥐여줘야 하는 줄로만 생각하고 흔히들 추천해주는 제품을 사주다가 정신 차리며 거두어들인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장난감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도구의 편리함을 이용해서 아이를 혼자 두는 게 문제였다. 나는 40개월이 막 지난 아이를 키우는, 아직 지켜봐야 할 날이 많은 엄마다. 산만한 아이를 키우느라 옆에서 아이가 무얼 좋아하는지 살피는 시간이 필요했다. 장난감, 자연물, 손에 잡히지 않는 소리 등 무수히 접하는 것 가운데 아이가 유독 집중하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기차였는데, 하나둘 사들이기 시작하다가 결국 너무 많은 기차로 집이 채워졌다. 쌓여가는 기차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아이와 기차라는 울타리 안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기차 이름을 외웠고, 더 빨리 가는 기차가 무엇인지, 오래되어서 더는 운행하지 않거나 새로운 기차도 알게 되었다. 아이와 서점에 가면 기차와 관련된 책을 찾고, 여러 종류의 기차를 타며 여행도 했다. 지금은 기차가 매일 다니는 길 옆에 살고 있다. 아이가 아니었으면 절대 관심을 두지 않았을, 살아가는데 몰라도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를 나는 아이랑 매일 하고 있다. 우리는 기차를 알기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고, 더 많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많이들 플라스틱 장난감보다는 자연물과 아이들이 함께 할 때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호를 기획하면서 장난감보다는 아이가 자연물을 가지고 놀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물론 장난감보다 더 재미있는 게 주변에는 많고, 그걸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건 우리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가족들은 쉽게, 자주 잔디밭을 뒹굴거나 식물을 구경하러 다닐 수가 없다. 일하느라 바쁜 부모가 놀잇감을 직접 만들어 주기는 쉽지 않고, 도시의 집 밖은 마음껏 뛰기에는 위험하다. 현실은 거실과 주방을 오가며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우리는 다시 장난감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이와 부모에게 맞는 장난감을 고르는 눈을 갖고,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놀지를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