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매일 단어를 선물하는 아이가 있어요. 어릴 적부터 응원 글귀를 상자에 모아 두고 유통기한까지 적어서 내밀었어요. 하루에 하나씩만 열어보라고요. 요즘은 티끌북에 제 몫의 글귀를 써주고, 자기 칸도 채워요. 체조하는 장면을 그린 날도 있고, 문제집을 풀다 알게 된 속담을 옮겨 적은 날도 있어요. 지난 주 건져 올린 단어는 '카르마'. 서도호 전시를 보며 호기심이 생겼던 모양이에요. 그 단어 옆에는 작품도 그려놓았네요.
주말이면 서로의 티끌북을 바꿔봐요. 짧은 글귀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가 마음에 담아둔 단어들이 선명하게 보여요. 어쩐지 한 단어, 한 문장이 가진 힘을 더 크게 느끼게 되고요. 아이가 제 칸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었어요. “친절이 전투라니?” 다음 날 아이 칸에 ‘친절’이 옮아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