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BRANDER

일기 말고 한 단어만 쓰세요, 티끌북


아침, 단어 하나를 줍는 시간

매일 아침 책을 읽고 단어를 모아요. 변수 많은 하루에서 저를 붙들어 주는 작은 루틴이에요. 책에서, 식탁에서 넘기던 신문에서, 아이가 쓴 편지에서, 팟캐스트에서 흘러나온 문장 속에서 발견해요. 그러다 발끝에 걸리듯 마음을 멈춰 세우는 말이 있어요. 어제는 《싯다르타》의 문장에 멈췄어요.
"날마다 친절이라는 무언의 전투를 시작하였으며, 인내라는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하였다." 매일 지면서도 기어코 다시 시작하는 싸움이에요. 그 줄에 밑줄을 긋고, 빈칸에 ‘친절이라는 무언의 전투’라고 적었어요. 하루가 어디로 굴러갈지는 몰라도 마음이 돌아올 자리 하나는 정해 둔 셈이에요.


한 칸이면 충분해요

티끌북을 쓰고부터 모으는 말이 더 작아졌어요. 한 단어면 되더라고요. 먼슬리 한 칸에는 한 줄과 작은 표시 하나. 위클리 한 칸에는 조금 더 긴 문장과 그림 한 줌. 칸이 좁으니 나에게 필요한 단어를 고르게 돼요. 좁고 긴 노트라 손에 쉽게 잡히고, 책상 위에 펼쳐 두면 오가다 자꾸 눈에 걸려요.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게 돼요. 하루를 다 적지 않아도 돼요. 마음에 걸린 말 하나면 돼요. 빈 날엔 스티커 하나 붙이고 넘어가도 되고요. 작아서 시작할 수 있고, 작아서 계속할 수 있어요.



너와 나의 칸에 쌓이는 것

우리 집에는 매일 단어를 선물하는 아이가 있어요. 어릴 적부터 응원 글귀를 상자에 모아 두고 유통기한까지 적어서 내밀었어요. 하루에 하나씩만 열어보라고요. 요즘은 티끌북에 제 몫의 글귀를 써주고, 자기 칸도 채워요. 체조하는 장면을 그린 날도 있고, 문제집을 풀다 알게 된 속담을 옮겨 적은 날도 있어요. 지난 주 건져 올린 단어는 '카르마'. 서도호 전시를 보며 호기심이 생겼던 모양이에요. 그 단어 옆에는 작품도 그려놓았네요.


주말이면 서로의 티끌북을 바꿔봐요. 짧은 글귀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가 마음에 담아둔 단어들이 선명하게 보여요. 어쩐지 한 단어, 한 문장이 가진 힘을 더 크게 느끼게 되고요. 아이가 제 칸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었어요. “친절이 전투라니?” 다음 날 아이 칸에 ‘친절’이 옮아갔어요. 



오늘의 티끌을 모아, 티끌북

티끌북은 김경주 작가님의 티끌(ticle)과 wee가 vol.42 《곁에 두는 말》에 맞춰 함께 만든 가로형 다이어리예. 티끌은 사소한 습관과 기록이 모여 나를 지켜주는 나만의 작은 세계가 된다고 믿어요. 10월 6일에는 wee를 읽고 단어를 모으는 〈티끌 모아 챌린지〉 모집이 시작돼요.



   BRAND ITEMS
   티끌북ㅣ18,000원

  

“오늘 위키의 빈칸에는 어떤 단어를 적어둘래요?”


글.사진  WEE 편집장 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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