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 40 WALKING LIGHTLY

Editor's Letter

편집장  김현지

 

vol.40 
걷는 가족

20대에는 걷다가 자주 울었어요.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마음은 걸음을 옮길수록 서서히 느슨해졌지요. 

엄마가 되고 산책은 대개 아이와 함께였는데, 아이가 십대가 된 지금은 나란히 걷는 날이 줄었어요. 

그래서 다시 걷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학교가 멀어 늘 차나 버스를 타던 길을, 걸어서 등교하기로 한 거예요. 

그날부터 우리는 아침마다 50분을 걸어요.


처음에는 애플워치에 채워지는 걸음 수가 뿌듯했지만, 곧 그 시간의 모든 것이 소중해졌어요. 

손을 잡고 걸으면 보폭이 맞고, 시선도 자연스레 겹치니까요. 

지난 하루를 꺼내고, 오늘의 급식을 상상하고, 매일 마주치는 얼굴들도 기억하게 됐지요. 

두 마리 개와 종종걸음치는 아저씨, 메이크업한 채 바삐 걷는 청년, 맨손 체조를 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저마다의 아침을 짐작해요. 같은 하늘 아래 포개진 발자국들이 서로를 다정하게 묶어주는 것 같아요.

민들레 홀씨를 불고, 오리가 노니는 물가를 바라보는 일은 길 위의 작은 습관이 되었어요. 

걷는 기쁨을 함께 누리며 아이의 자람과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요.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매일이 새롭고, 내일이 기다려져요. 평소보다 일찍 나선 날이었어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고 하니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 사소한 행복을 누리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야. 

오는 길에 복실한 강아지도 만났고, 장미도 봤고, 기차도 지나갔잖아. 행복은 느리게 가니까.”

그날은 아이가 고대하던 만주 가게에도 들렀어요. 따끈한 빵을 씹으며 아이는 웃었죠.

“지금 아침 8시 30분인데 벌써 이룬 게 이렇게 많아. 오늘은 이미 충분해!”


처서가 지났어요. 우리는 다시 걸을 거예요. 내일 어떤 우연과 어떤 풍경이 우리를 맞을지 기대돼요. 훗날 돌아보면 가장 그리운 날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걸으며 웃던 이 사소한 하루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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