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vol.39 HOME TO DREAMS
어린 시절, 집은 나만의 무대였어요. 아빠가 빌려다 준 비디오를 보며 후뢰시맨을 꿈꾸고, 빨간 머리 앤의 다락방을 동경하며 책상 아래 쿠션을 포갰어요. 엄마의 화장대 앞에서는 커리어 우먼이 된 나를 그려보곤 했죠.
점점 집은 일상의 배경이 되었고, 내가 지낸 곳에 아이가 태어났어요. 책상은 옷방으로 밀려나고, 거실에는 폭신한 매트가 깔렸어요. 내 공간은 책 한 권을 펼칠 수 있는 작은 책상으로 줄었지만, 아이가 잠든 후 그 자리에 앉는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아이가 자라면서 노는 아이 곁에서 펜을 굴리고, 원고를 썼어요. 함께하는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 미안했지만, 아이는 그렇게만 기억하지 않았어요.
어느날, 거실에 펼쳐진 아이의 체조 도감과 앞뒤로 다리를 찢고 있는 인형들을 보며 물었어요. “나는 네 나이 때 하고 싶은 게 흐릿했던 것 같은데, 너는 어쩜 이리 선명한 거야?” 아이는 망설임 없이 답했어요. “나는 엄마에게 배운 건데? 그게 뭔지는 엄마가 생각해 볼 숙제야!”
저는 아이에게 일하는 과정을 자주 이야기 했어요. “이 주제로 매거진을 만들 거야.”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 “완전 큰 실수를 했어. 그게 뭐냐면...” “다시 하면 돼. 할 수 있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시도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동안 아이의 꿈도 싹트고 있었어요. 꿈은 그렇게 출발하나 봐요. 처음부터 반짝이는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매일의 고민과 바람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날 문득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것.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매일 보는 모습에서, 가장 고유한 꿈이 자라요.
wee 39호 에서는 조용하지만 그 단단한 출발의 순간들을 담았습니다. 꿈이 시작되는 집, 그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요.